의혹 실체 규명할 3가지 키워드 ① 조성은 휴대전화 2대 ② 김웅 휴대전화 대화방 ③ 손준성 휴대전화-PC 문서
왼쪽부터 제보자 조성은 씨, 국민의힘 김웅 의원, 손준성 검사. 뉴스1·동아일보 DB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공수처는 주말인 11, 12일에도 수사팀 검사 등이 사무실로 출근해 10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추가 압수수색 등을 검토했다. 공수처는 이번 수사 담당 부서인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 검사 4명 전원과 함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 검사 일부도 수사에 투입시키며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보자 조성은 씨를 제외하고 피의자 신분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참고인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이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수사 동력을 확보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씨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화면의 진위 확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 휴대전화 분석을 통한 ‘손준성 보냄’의 진위 확인 △당시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지시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느냐가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조성은 텔레그램 대화 캡처 진위
제보자 조성은 씨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화면. 뉴스버스 제공
공수처가 조 씨의 텔레그램 자료 분석을 통해 김 의원이 4월 3일과 8일의 고발장 및 관련 첨부 자료가 위조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객관적 물증을 확보해야 하는 수사팀으로선 1차 관문을 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조 씨의 텔레그램 대화방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손 검사가 이 자료들을 김 의원에게 보냈는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에 대한 진위 확인과 해당 인물이 실제로 손 검사인지는 별도의 증거 분석과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손준성 보냄’ 입증할 ‘金 휴대전화’
김 의원은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보받은 방과 전달한 방은 일이 끝나면 다 삭제한다”며 “(텔레그램방으로 제보자에게 자료를 보냈는지) 기억 못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말대로라면 공수처가 10일 압수한 휴대전화에는 조 씨와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수처의 포렌식 과정에서 김 의원이 관련 자료를 다른 경로로 받았다거나 관련 자료를 조 씨 외 다른 사람에게 보냈는지, 손 검사와의 통화기록 등 김 의원이 기억하지 못하는 의외의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尹 향하는 수사의 ‘연결고리’ 손 검사
해당 고발장 등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 검사는 이번 의혹을 풀 ‘키맨’이다.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확인되지 않으면 결국 수사는 윤 전 총장까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씨는 또 손 검사의 고발장 전달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손 검사) 그의 직책이 당시에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관이 맞다면 이 사건 국면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해당 의혹을 부인해 온 만큼 공수처가 물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윤 전 총장의 지시, 관여 의혹은 규명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공수처가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입건한 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수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