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수사] 의원실 압수수색 놓고 정면충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놓고 국민의힘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김웅 의원 사무실에 대한 공수처의 9일 압수수색이 “불법”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오후 회동해 “공수처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다. 정권의 대입 개입 공작을 분쇄하겠다”며 처음으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반면 공수처는 국민의힘의 압수수색 저지가 “합법적 수사 활동을 방해한, 명백한 범법 행위”라고 반박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대검찰청에 김진욱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 등 7명을 직권남용과 불법수색 혐의로 고발했다. 김 의원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공수처 영장 집행과정의 위법성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 野 “공수처, 야당 탄압이자 대선 개입”
김기현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일 김 의원실 압수수색 시도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자 불법이기 때문에 영장이 무효화됐다고 한다”며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하겠다고 하면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조차 안 하고 야당 의원의 컴퓨터를 샅샅이 뒤져가겠다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는 야당 탄압”이라며 “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한 지 4일 만에 압수수색에 착수했는데 대검찰청도 신속하게 (공수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압수수색을 해야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최재형 회동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수처는 ‘오수’라는 키워드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대표 이름이었다고 해명했는데 그럼 ‘(정)경심’, ‘(추)미애’, ‘(유)재수’도 대표 이름이냐”며 “공수처의 해명은 스스로 별건 (키워드) 검색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도이치모터스를 수사하느냐”며 “게다가 그걸 발표하더라도 김오수가 아닌 어떤 사건의 관계자를 지칭한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 (공수처는)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에서 공수처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때 의원실 PC에서 ‘조국’, ‘미애’, ‘오수’ 등 키워드를 검색한 데 대해 “‘오수’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윤 전 검찰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돼온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 공수처 “국민의힘, 명백한 범법 행위”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 이를 제지한 국민의힘 의원 등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이상한 말로 본질을 흐리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