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의회의 최종 인준까지 통과한 해외 대사는 단 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견제,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의 글로벌 대테러 대응 등 해외국가들과 협력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주요 외교직의 공백이 커지는 것을 놓고 워싱턴 안팎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상원이 최종 인준안을 통과시킨 대사급 인사는 지금까지 2명 뿐이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 멘 살라자르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 외에는 아무도 인준을 받지 못했다. 같은 시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56명이 인준을 받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50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명에 가까운 대사가 최종 인준을 통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원의 최종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대사 등 국무부의 고위인사 지명자들은 60명에 달한다. 닉 번스 중국 주재 대사 지명자, 램 이매뉴얼 일본 주재 대사 지명자 등도 여기 포함돼 있다. 주재국 현장에서 대사들의 외교활동이 막히면 각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어려워지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상원 인준 절차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對)러시아 강경파인 크루즈 의원은 러시아가 유럽까지 송유관을 연결하는 ‘노드스트림2’ 사업을 제재하라고 요구하며 대사 인준을 지렛대로 쓰고 있다. 그는 이 때문에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개석상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최근 아프간 철군 등 예상치 않았던 외교안보 상황이 전개되면서 인준 작업은 더 후순위로 밀려버리는 분위기다.
CNN방송은 “지명자들은 이미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지명자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정치 때문에 인준이 지연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어젠다는 물론 정책이 이행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지명자 인선조차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국계인 유리 김 알바니아 주재 대사가 유력했으나 좀 더 중량감 있는 인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인준 속도까지 감안하면 주한미국대사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서울 부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무부 내부에서는 비중 있는 고위급 대사 대리를 추가로 보내는 방안까지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