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코로나-잠재성장률’ 보고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4%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10년마다 2%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타격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허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에 따르면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2%로 분석됐다. 이는 한은이 2019년 8월 내놓은 잠재성장률 추정치(2.5∼2.6%)보다 0.3∼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평균 2.0%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은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1990년대 6%대였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대, 2010년대 2%대로 10년마다 2%포인트씩 하락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이 얼어붙고 서비스업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배병호 한은 거시모형부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진행돼 온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대면 서비스업 폐업 등에 의한 고용사정 악화, 서비스업 생산능력 저하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앞서 7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0.6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2022년 한국의 평균 잠재성장률을 1.8%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남긴 지속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경제구조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으로 성장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도 필요하다”고 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배 부장은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 금융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통화정책이 잠재성장률에 일정 부분 기여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