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의 어르신들은 요즘 5일장에 갈 때 집에서 가까운 마을회관 앞에서 희망택시를 탄다. 희망택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의 주민을 위한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다. 좁고 구불구불해 버스가 오지 않던 길을 택시가 와주는 것도 고마운데 요금도 싸다. 읍 소재지까지는 1500원, 면 소재지까지는 단돈 100원이다. 그래서 ‘100원 택시’로 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서천군의 100원 택시를 소개했다. ‘신의 선물: 한국 시골에서 9센트(100원) 택시 타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딴 마을에서 차도 없는 어르신들을 돕는 이 정책이 한국 시골의 대중교통 혁명을 일으켰다”고 했다. 희망택시는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간 거리가 700m 이상인 지역을 운행한다. ‘신의 선물’이라는 기사 제목은 이 택시를 이용하는 85세 할머니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서천군이 2013년 6월 희망택시를 도입한 이후 효도택시 행복택시 등의 이름을 가진 ‘공공형 택시’가 현재 전국 79개 군에서 운행 중이다. 이 택시는 ‘늙은 시골을 살리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서천군은 1960년대에 16만 명이던 인구가 올해는 5만100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대부분 65세 이상이다. 교통편이 없어 외출이 힘들던 어르신들이 희망택시로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장날에는 정형외과와 진료소 등이 붐비게 됐다. 택시운전사들은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태우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상태 등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4년 수립한 ‘국토그랜드디자인 2050’의 예측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50년에 국토의 60% 이상 지역에서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고 그중 20%는 무인지대로 전락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2049년이면 고령화율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사람을 연결하고 불러 모아야 한다. 100원 택시 같은 농촌형 교통모델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