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와 대선 대비하는 美국내정치 엄중 지지 세력 투표 절차 문제로 여야 대결 치열 북한 핵문제 해결은 정치적 성과 되겠지만, 해결 가능성 낮다면 정치적 결단 쉽지 않아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북한이 열병식도 하고, 또 영변 핵시설도 재가동하는 등 무언가 외부의 해석을 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 대외 관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열병식이나 핵시설 재가동이 미국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자력갱생을 주장하며 여러 내부 조치들을 통해 경제적 곤란을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오히려 북한과 미국 사이 협상 시작의 단초라도 마련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애가 탈 만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북한에 관심이 없는 걸까? 이러한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인으로서의 미국 대통령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일하다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민간 부문으로 돌아온 친구와 최근 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좀 한가해지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바빠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직 유력 후보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으나, 미리미리 유력 후보들이 준비해야 할 정책들을 마련하여 제공할 준비를 다른 동료들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2022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 될 것은 이미 당연하다는 것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 친구 이야기를 정권을 뺏겨 실업자가 된 전직 공무원의 한탄과 희망 사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2020년 선거를 통해 바이든은 트럼프를 꺾었고,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트럼프 집권 4년에 대한 철저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물론 다수당이었던 상원까지 내준 공화당의 처절한 패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2020년 선거 결과는 트럼프 개인에 대한 심판이기는 하나 공화당에 대한 심판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2020년 선거는 밑으로 내려올수록 미국인들의 민심이 보다 더 솔직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은 결과가 보인다. 2020년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들은 민주당이 넉넉하게 상원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결과는 민주당이 3석을 얻는 데 그쳐 50 대 50, 겨우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 민주당이 주요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큰 동력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은 유지하였으나, 3석을 얻고 14석을 잃어 공화당과의 의석 차는 오히려 좁혀졌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1석을 새로 얻어 50개 주 중에서 민주당이 23개 주, 공화당이 27개 주에서 주지사를 배출했다. 50개 주의 98개 상·하원 자리 중에서 공화당이 59개 원에서 다수당, 민주당이 39개 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여 여전히 공화당 우세이다.
이렇게 어려운 국내 정치적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수준으로 북한 문제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북한 핵문제 해결은 물론 큰 정치적 성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해결 가능성이 매우 낮게 판단될 경우 그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해결이라는 복권이 매우 당첨 가능성이 높아 정상회담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살 만하다고 본 반면, 지금 바이든 정부는 그 복권의 당첨 가능성이 너무도 낮아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상황이다. 복권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동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 복권이 당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된다. 복권이 당첨될 것처럼 보여야 많은 돈을 주고라도 복권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