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가락시장發 확진 126명 서울 전통시장으로 ‘감염 공포’ 확산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동의 텅 빈 매장 앞에서 한 상인이 지게차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까지 가락시장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서울에서만 126명이 발생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3일 오전 9시경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대형 과일시장인 A 청과동. 120여 개 점포가 있는 시장 안에는 ‘접근 금지’라고 쓰인 노란색 테이프가 붙은 점포가 곳곳에 있었다. ‘접근 금지’ 테이프가 붙은 60여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노란색 테이프 아래 ‘시설 폐쇄’ 안내문이 주렁주렁 붙어 있었다.
이날까지 서울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26명이 나온 가락시장은 추석 대목을 앞둔 시장 풍경과 거리가 멀었다. 확진자가 나온 점포는 폐쇄됐고, 인근 점포 역시 접근 금지 테이프를 둘러야 했다. 점주가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진 휴업 권고가 내려졌다. A 청과동에 있는 점포 중 불이 켜지거나 점주가 나와 있는 곳은 10곳이 되지 않았다.
○ “명절 장사로 1년 먹고사는데…”
가락시장을 덮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상인들은 평소처럼 장사를 하지 못하고 점포에 쌓인 과일 박스를 처분하는 데 주력했다. 확진자가 나온 점포 인근에서 영업하는 상인 강모 씨(68)는 “매장에 나올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아는 단골들에게 과일을 헐값에 처분한 상인이 태반”이라며 “우리끼리 얘기로 ‘과일을 썩히지만 않아도 성공’이라는 말을 할 정도”라고 전했다.
13일까지 3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을 닫은 점포가 전체 110곳 중 17곳에서 9곳으로 다소 줄었지만 벌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산물을 파는 정상훈 씨(37)는 “손님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명절 대목에 번 돈으로 1년을 먹고사는데 2주 전 터진 집단감염으로 장사를 다 망치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 다른 시장으로까지 불안 확산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서울 곳곳의 전통시장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고객인 노년층이 감염 위험을 우려해 시장 방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청량리수산시장을 찾은 김모 씨(80)는 “동네에서 해파리를 대량으로 팔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나왔지만 당분간은 시장을 찾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중부시장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나모 씨(65)는 “전통시장은 노년층이 주로 찾는데 자식들이 ‘전통시장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해 이제 올 수 없다’고 말하는 손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시장 내부가 좁아 방문객들 간에 거리 두기가 어렵고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에 의무화된 QR체크인 등 전자출입명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가락시장을 찾은 장모 씨(63)는 “백화점과 출입 시스템이 다르고 골목이 좁아 서둘러 내부를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장 상인들에게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각 시장도 방역수칙 안내 방송을 확대하고 실내 입장 시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자체적으로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화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전혜진 인턴기자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수료
김성준 인턴기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