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경제도 예능이야.” 오랜만에 만난 애널리스트 친구가 말했다. 몇 달 전부터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에 나가기 시작하자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몇 년씩 써온 게 유튜브 하나 나가는 것보다 못하더라고 했다. 그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150만 명을 넘었고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데 그럴 만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예능사회를 낳은 기술적 기반이 있다. 영상 제작이 엄청나게 쉬워졌다. 카메라가 작아지고 싸지고 성능이 좋아지며 소스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재미있는 영상 결과물을 만들 확률도 높아졌다. 예능이 등장인물의 예술에서 편집의 예술로 넘어간 것이다. 무엇보다 다채널 시대를 지나 유튜브라는 무한채널 시대가 왔다. 누구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올릴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유튜버가 시대의 인기인이 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한국의 모든 것이 예능인가 싶다. 예능 프로그램 유행어를 모르면 대화를 이해하기 힘들고, 특정 계층의 인기 예능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도 힘들다. 세상의 다양한 농담 중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농담이 유독 유행한다. 남의 말을 끊고 놀리는 말, 사람을 캐릭터로 평가하는 농담, ‘아재 개그’라고 부르는 한국어 말장난, 모두 한국 예능이 낳은 농담 습관이다. 다양한 예능이 예능이라는 코드로 사람들을 획일화시키는 걸까. 만사가 예능화하니 예능 문법이 권력이 된다.
나는 잡지 원고를 작성할 때 사실과 의견과 농담의 비율을 고민하곤 했다. 사실을 위주로 약간 의견을 넣고 독자의 재미를 위해 농담을 한 숟가락만 더하려 했다. 콘텐츠를 단위 시간 안의 정보라 친다면 예능은 그 안에서 농담 비율이 높은 콘텐츠다. 모두 진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만사가 예능화한 2020년대 한국의 풍조가 무엇으로 귀결될지 종종 궁금하다. 예능풍의 가벼운 농담 유행이 언제까지 갈지, 이 유행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지.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