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드러낸 대북 요격-방공망
북한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한 신형 순항미사일 발사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1, 12일 이틀에 걸쳐 미국의 ‘토마호크’와 비슷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우리 군이 이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단거리탄도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의 종말(최종 낙하) 단계를 놓친 데 이어 또다시 미사일 탐지에 실패하면서 대북 요격·방공망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변국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미국의 대북 경고성 입장 표명과 달리 우리 정부는 “사태를 주시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 6개월 만에 또다시 北 미사일 놓친 軍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발사 장면과 외형을 보면 신형 순항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 우리 군의 현무-3C 순항미사일과 유사하다. 현무-3C, 토마호크처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성유도방식 등 복합 유도시스템을 탑재하고 비행 중 고도, 경로를 변경할 수 있는 ‘웨이포인트(way point)’ 기능도 갖춘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3월 25일 하강 단계의 풀업(pull-up·급상승) 기동을 한 KN-23 개량형의 종말단계를 놓쳐 사거리를 잘못 판단했던 군은 이번 신형 순항미사일 탐지도 실패했다. 정부 소식통은 “비행 고도가 낮아 장거리레이더 등에 비행 궤적과 낙하지점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전개 동향은 일부 식별됐지만 발사 전후 과정을 파악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지구 곡률(曲率)상 미사일이 최소한 500m 이상은 상승해야 탐지·추적이 가능하다.
● 美 “주변국 위협” 靑 “예의 주시”
북한은 지난달 한미 훈련 직전 정부를 향해 “시시각각 안보 위협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위협한 지 한 달 만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은 아닌 순항미사일이지만 향후 한미를 위협할 새로운 전략 무기 도발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탈북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미사일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방한 등 북핵 관련 외교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북한이 이런 시점을 전략적으로 노려 한미에 대북 적대시 정책 및 대북 제재를 철회하지 않으면 도발이 계속될 수 있다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 협의에서 북한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되도록 해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12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번 움직임은 북한이 군사적 프로그램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