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펌프트럭 등 건설기계들 오염물질 배출, RV차량의 9.5배 차종 따라 부착비용 정부가 지원 저속 운행-공회전 땐 제기능 못해 잔고장 잦고 부착 후 점검도 부실…관리 강화 등 실효성 높일 대책을
게티이미지코리아
○ “저속 운행 건설기계, DPF 효과 떨어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내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건설기계 차량에 부착된 DPF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환경부 의뢰로 지난해 4월부터 현장 점검을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 건설기계 차량의 특징인 ‘저속 운행’이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연구원은 건설기계 차량 총 84대를 분석했다. 이 중 믹서트럭과 펌프트럭은 전체의 80% 이상이 시속 60km 이하로 저속 운행했다. 절반 이상은 자주 공회전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차를 저속으로 운행하고 공회전을 할 경우 DPF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못해 차량 내 미세먼지를 제대로 없애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기능 저하 외에 사후 관리가 부실하고 고장이 잦은 점도 건설기계 차량 DPF 부착의 문제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현장 조사한 차량 2859대 중 1242대(43.4%)가 보증기간인 3년이 지난 DPF를 부착하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증기간이 넘은 DPF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또 차량 761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DPF로 인해 수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1.5%(696대)에 달했다.
○ 더 엄격한 차량 관리 나서야
2018년 국가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CAPSS)에 따르면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펌프트럭 등 도로용 건설기계 차량 3종의 등록대수는 9만3705대로 레저승용차 수(552만1161대)의 1.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차량의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레저승용차 배출량(1만787t)의 16%인 1727t에 이른다. 한 대당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18.43kg으로, 이는 레저용승용차(1.95kg)의 9.5배에 달한다.
건설기계 차량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만큼 DPF 부착 사업과 부착 이후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 의원은 “현재 건설기계 DPF 부착 사업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수준”이라며 “환경부가 ‘눈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