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저명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이들에 대한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블룸버그뉴스와 CNBC 등에 따르면 매리언 그루버 FDA 백신연구심의실장을 비롯한 과학자 18명은 이날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한 전문가 기고에서 “현재까지의 증거로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유행의 현 단계에서는 부스터샷의 광범위한 접종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필립 크로스 FDA 백신연구심의실 부실장,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과학자,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아나 마리아 에나오-레스트레포 WHO 백신연구개발 담당 등이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접종 뒤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이 코로나19 경증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약해질 수 있지만 중증 질환을 막는 효과는 여전히 지속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접종자에 대한 관찰 연구나 임상시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그 어느 것도 코로나19 중증에 대한 보호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믿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부스터샷보다는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전 세계 수십 억 명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이 더 이익이 크다고도 했다. 과학자들은 기고에서 “부스터샷이 결국 중증 질환의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현재 백신 공급분은 미접종 인구에 먼저 사용해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학자들은 백신으로 생성한 면역력이 앞으로 약화하거나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경우 언젠가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20일부터 부스터샷 접종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보건당국 핵심 과학자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그루버 실장과 크로스 부실장은 부스터샷 계획에 반발해 올해 안에 사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