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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안드로이드 OS 갑질’ 구글에 2074억 과징금

입력 | 2021-09-14 14:14:00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기업에 자사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설치를 강요했다”며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구글에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내린 결론이다.

당국은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한 데 이어 구글도 제재하며 성장세가 빠른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등 OS 사업자, 구글 개입에 모두 실패”
공정위는 14일 구글엘엘씨(구글 본사), 구글아시아퍼시픽, 구글코리아 등에 안드로이드 OS를 강제로 설치하거나 일방적 계약을 맺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스마트폰 기기 제조사를 상대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구글 OS와 유사한 형태의 OS(이하 포크OS)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기기 제조사와 파편화 금지 계약(AFA) 체결을 강제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는 플랫폼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안드로이드 접근 권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AFA를 반드시 체결하도록 하는 식이었다.

AFA 계약 내용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기기 제조사가 판매하는 모든 기기 안에 포크OS를 설치할 수 없고 기기 제조사가 자체 OS를 개발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다.

특히 AFA 적용 대상 기기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시계, TV 등 모든 스마트 기기다. 구글은 만약 AFA 계약을 어길 경우 플레이스토어 접근권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걸었다.

공정위는 구글의 AFA 조항 때문에 경쟁 OS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모바일 OS 사업은 시장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아마존의 경우 안드로이드의 OS 정보를 이용해 파이어OS를 개발하고 2011년 LG전자와 협력해 킨들파이어라는 태블릿 개인용컴퓨터(PC) 판매를 준비했다. 하지만 LG전자가 파이어 OS탑재 기기를 출시하면 AFA에 위반돼 구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커져 해당 사업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는 플레이스토어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기 위해 AFA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공정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AFA 내용상 일정한 제약이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안드로이드폰에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등 필수 앱을 얻기 위해서 AFA 체결 및 수정계약에 동의했다”라고 했다.

●기기 제조사들, AFA 굴레서 벗어나나
공정위는 구글의 AFA 계약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했다. 주요 스마트 기기 제조사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기준 87%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모두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실패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2014년 삼성전자 바다 및 타이젠, 2015년 파이어폭스 모질라,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모바일 등은 모두 시장에서 사라졌다.

공정위는 구글의 AFA 체결 행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구글을 상대로 과징금 2074억 원과 함께 기기 제조사에게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 사전접근권과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이 적용되는 사업자는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한국에 기기를 공급하는 해외 제조사도 포함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새로운 혁신적인 OS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LG 등 국내 기기 제조사들도 이런 AF계약이 없어지면 보다 다양한 혁신 시도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소비자에게도 보다 다양한 기기라든가 혁신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