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교육구인 뉴욕시가 공립학교의 전면 대면 수업을 재개했다.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수업이 시작된 지 18개월 만이다.
뉴욕시의 100만 초·중·고교생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13일 아침 일제히 배정된 학교에 정상 등교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아침 브롱스에 있는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얼마나 놀라운 날인가. 이 날은 우리가 기다려온 날”이라고 했다. 뉴욕시는 작년 9월부터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업을 제공해왔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가정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면 원격 수업을 고집해 왔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 이후 무려 1년 반 만에 경험하는 첫 대면 수업이 된 것이다. 이날 아침 8살 딸을 데리고 학교에 가던 학부모 티파니 스미스 씨(37) 뉴욕타임스(NYT)에 “그동안 아이가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지 못해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직접 만나 서로 소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랜만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동시에 몰리면서 이날 뉴욕시 각 학교 앞은 혼잡함이 연출됐다. 특히 매일 등교할 때마다 제출해야 하는 건강 체크 사이트는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발열 여부 등 학생들의 상태를 일일이 손수 확인해야 했고 교문 앞에는 등교하려는 학생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다만 시 교육당국은 접종 자격이 있는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메이샤 포터 뉴욕시 교육감은 이날 학부모들에 보낸 서신에서 “역사적인 전면 등교 수업을 하게 돼 흥분된다”면서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학생들은 항상 교내 모든 시설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백신 승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방송에 나와 “백신 제조사들의 데이터 제출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 연말쯤에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감안하면 뉴욕시의 전면 등교 수업이 언제까지 제대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등교 첫날인 이날도 많은 학교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밀접 접촉한 학생들은 열흘 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