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긴급회견 정면돌파 나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국회에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민간 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야권과 언론을 향해선 “가짜뉴스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범죄 행위”라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예정에 없던 이날 긴급 기자회견엔 논란이 더 확산되기 전 정면승부로 털고 가겠다는 이 지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 李 직접 등판해 반박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이 지급된 점은 공영개발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남의뜰은 2019년부터 3년간 배당금 5903억 원 중 4073억 원을 화천대유 등 민간 주주에 배당했다.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는 최근 3년간 해마다 100억∼200억 원대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016년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맡았고,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취업했던 사실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 측은 “A 씨 요청으로 법률 자문 고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특검에 내정되면서 사임했고, 딸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취업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野 “해명보다 호통으로 의혹 키워”
이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대장동 개발사업의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한 성과와 절차적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또 해당 의혹을 집중 보도한 조선일보를 향해서는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 떼라”고도 경고했다. 논란의 핵심인 화천대유의 특혜 의혹에 대해선 “(민간 사업자를) 공모와 경쟁입찰을 거쳐 결정했다”며 “(화천대유의) 실제 소유자는 투자사들이 합의해서 결정한 것이고 비공개라 나는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특검 등 법조계 유력 인사와 화천대유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A 씨를 사업 참여 이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야권은 공세를 이어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국민 관심’을 이유로 야당 국회의원실을 기습해 압수수색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제라도 수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는 “금전신탁을 통한 천문학적 불로소득, 민간기업의 수상한 자산배분 등에 대해 딱히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해명보다 호통만 난무했다”고 했고,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범적인 공익사업’ 사기 치지 말고 ‘지분 1% 개인기업’이 577억 원이나 챙겨간 이유를 밝혀라”라고 썼다.
○ 시행업계 “리스크가 큰 사업”
부동산 시행업계에선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다른 개발 사업과 비교했을 때 공공(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이 높은 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체 개발이익에서 공공이 가져가는 몫이 크다는 것. 다만 이 점을 제외하면 대장지구 사업은 다른 개발사업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시행사들은 설명했다.화천대유 실소유주 등 투자자 7명이 신분을 숨기기 위해 SK증권을 통해 성남의뜰 지분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특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시행 사업의 경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비중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5년 대장동 사업 입찰 참여를 검토하다가 포기했던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당시 주택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수익이 크지 않다는 우려가 컸다”며 “화천대유가 대형 시행사들도 주저했던 리스크가 큰 사업에 뛰어든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