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로 인해 국제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있는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려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은 유엔 대북제재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탄도미사일은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다시 북한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커질 것으로 예상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14일 일본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의가 있었고 15일에는 서울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이른바 ‘외교 슈퍼 위크’로 불리는 이 시기에 맞춰 북한이 그간 자제했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특히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은 북한 입장에서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가장 적합한 시기였다. 북한은 그간 미국은 물론 중국의 태도에도 불만족스러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대북제재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중 양국에 동시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3중고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다”며 “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도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므로 같은 시기에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미국에게도 북한의 불만을 던질 수 있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왕이 부장이 방한하는 때 발사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를 계기로 북핵 문제 관심도가 높아지면 중국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중국은 아프간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정책 실패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하면서 미국을 비난할 수 있다”며 “또 중국은 북핵 문제 속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요시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외부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계획을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방위력 강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일 북핵대표 회담, 왕이 외교부장 방한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되게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대로 국가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정해진 스케줄대로 강행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해주는 군사행동”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