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레인저스가 양현종(33)을 또 한 번 지명 할당(designated for assignment) 조치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것인데 양현종의 자리엔 6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서 복귀한 외야수 윌리 칼훈이 들어간다.
이 조치는 ‘방출 대기’로도 풀이되는데 양현종은 6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 통보를 받았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가기 어렵다’며 구단이 등을 떠미는 모양새다.
양현종은 2020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텍사스와 1년간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이후 4월 말 콜업돼 빅리거로서 꿈을 이뤘다.
시즌도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내년 시즌을 구상해야 하는 팀 입장에서 1988년생 베테랑 왼손 투수 대신 육성해야 할 투수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트리플A행 통보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재차 지명 할당을 당한 양현종으로선 갈림길이다. 남은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일단 일주일 동안 다른 팀의 영입 의사를 기다리는 것이다. 텍사스를 제외한 29개 구단은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양현종에 대한 웨이버 클레임(양수의사)을 신청할 수 있다. 양현종을 데려가겠다는 팀이 나타나면 최상이다. 일단 텍사스에서와 같은 대접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성적을 보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양현종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12경기(선발 4경기)에 나와 35⅓이닝을 던지며 3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빅리그에 복귀한 후에도 4경기(6⅓이닝)에서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지난 6월18일 첫 번째 지명 할당 조치 때도 마이너리그 계약을 이어가며 빅리그 도전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잔여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양현종은 마이너리그에서도 돋보이지 않았다.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라운드록 익스프레스에서도 3패 평균자책점 5.60을 올렸다.
빅리그 성적과 같은 수치다. 10경기 중 선발로 9경기를 소화하며 42⅔이닝을 던졌고 승리 없이 2패만 남았다. 이어 마이너리그 생활 막판엔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내주면서 불펜 투수로 1경기를 뛰었다. 이때 2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3패째를 당했다.
FA 신분으로 다른 팀과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KBO리그로 유턴도 가능하다. 양현종은 포스팅 시스템 절차를 거쳐 미국에 진출한 게 아니기에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 뿐만 아니라 다른 팀과도 협상할 수 있다. KIA 팬들은 팔을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앞일은 알 수 없다.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도전을 선택했고, 도전의 시간은 어느덧 끝을 향해간다. 올 시즌 종료 후 양현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