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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제대로 관리하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입력 | 2021-09-17 03:00:00

혈관 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이상고지혈증도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진 출처 iStock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추석은 유독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보다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배달음식 이용이 크게 증가해 비만도 많아졌다.

매년 9월 초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콜레스테롤의 날’을 지정한 것도 명절 연휴와 무관하지 않다. 일반인에게는 ‘콜레스테롤’이 더 친숙하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내의 지질(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벗어난 상태다.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질환이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은 20세 이상의 성인은 1155만 명에 이른다. 2002년 이후 약 7.7배나 폭증했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과 함께 한국인의 심혈관질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4대 위험인자다. 특히 2014년 27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이상지질혈증은 당뇨병보다도 심혈관질환 발생 영향이 컸다. 이는 이상지질혈증이 고혈압·당뇨병만큼 질환 관리에 있어 동등하게 취급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상지질혈증의 적극적인 관리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높은 비만율로 젊은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가 급증해서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20대 인구 5명 중 1명(18.9%)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다. 특히 남성의 경우 26.6%가 이미 20대 때부터 지질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김대중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기획이사(아주대 의대)는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 당뇨병은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연쇄질환”이라며, “젊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일찍부터 지질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상당수는 40, 50대에 이르러 결국 고혈압과 당뇨병을 동반해 중증심뇌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최대 7배까지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정부는 ‘심뇌혈관질환법’을 개정했다. 이상지질혈증의 예방부터 치료까지 국가 차원의 계획과 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법정질환으로 승격된 지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이상지질혈증 중점 관리를 위한 적절한 후속 대책이나 정부의 반영 계획은 전무하다.

향후 10년간 우리나라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의 토대를 제공할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 1월에 발표됐지만, 이전 4차 계획과 비교해 이상지질혈증 관리계획과 성과지표상 개선사항은 없었다.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에게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고혈압 또는 당뇨병으로 진단되어야 이상지질혈증 관리가 가능하다. 즉 고혈압과 당뇨병은 없지만 일찍부터 지질 관리에 나서야 하는 젊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현장 전문가들은 환자 발굴을 위한 국가검진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2018년 국가건강검진 사업에서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검사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됐기 때문이다.

비용 효과성 검토에 기반한 정책 개편이 의도치 않게 일선 진료 현장에서의 부작용과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이상지질혈증이 여러 정부 정책 및 사업 계획에서 다뤄지지 않거나 고혈압·당뇨병의 합병증 정도로만 취급됐다고 한다. 즉 혈압·혈당·지질을 모두 관리하는 통합관리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학회들과 개원의 단체, 그리고 정부가 상호 협력하여 검진부터 환자 관리, 국민 인식 개선 등 폭넓은 영역을 아우르는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된다.

관련 학회에서는 △이상지질혈증 국가검진 주기의 복원(2년) 및 여성 검사 시작 연령(40세) 재검토 △2030세대를 포함해 이상지질혈증 단독 보유 환자를 위한 관리 모형 개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복합질환자에 대한 지질 관리 및 교육 강화 △대국민 교육 및 홍보 사업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오고 있다. 고지혈증이 있는 기자도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국가가 제대로 관리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