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중 고위험군 21.4% 달해 심리지원단 통해 주3회 전화 상담 상담자 41% ‘일상 복귀 어려움’ 호소 완치뒤 지역 정신건강센터 연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김진수(가명·31) 씨는 경기 지역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다. 다행히 몸이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 때문에 가족과 지인이 격리되고 일부는 감염돼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10일간 치료 기간 중 가족의 부고가 있었지만 생활치료센터를 나가지 못했고, 스트레스로 불면증까지 겪었다.
김 씨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심리지원단’에 고충을 털어놨다. 심리상담원은 주 3회 김 씨와 최소 1시간 이상 전화 상담을 진행해 불안감과 우울감 해소에 집중했다. 김 씨는 현재 시설을 퇴소한 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심리상담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됐고 우울감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코로나 우울’… 고위험군 3611명
경기도가 5월부터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와 자가치료 대상자를 위한 ‘코로나19 확진자 심리지원단’을 운영하며 심리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모든 대상자에게 정신건강 자가검진을 실시하고, 위험도에 따라 맞춤상담 치료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울과 불안 탓에 더욱 절망하는 분들의 마음의 문제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경기도에 따르면 5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수원 등 11곳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온 확진자와 자가치료자 중 1만690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평가를 진행한 결과, 심리 지원이 필요한 고위험군은 361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21.4% 수준이다. 이 중 자살 위험성이 있는 우울 단계인 인원도 10.4%로 확인됐다.
이처럼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5월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천생활치료센터에서 들어온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이 여성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기 전 우울증 등 병력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고령층과 소외계층,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친 실직자 등은 코로나 우울의 타격이 크다”며 “공적인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 상담 뒤 센터 연계
경기도는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입소 등으로 상당수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만큼 기존 ‘코로나19 확진자 심리지원단’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전문심리상담원 수를 20여 명으로 늘렸다. 이들은 자가진단앱 등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들을 주 3회 1명당 최대 3시간 상담을 진행했다.약 3개월 동안 4820건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일상 복귀에 대한 어려움’이 40.6%(1958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격리생활로 인한 답답함’ 32.6% △‘신체 건강 후유증에 대한 걱정’ 13.7% △‘코로나19 타인 전파 걱정’ 7.4%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불안’ 3.2% △기타 2.5% 순으로 나타났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