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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서울시, 시민단체 사업 겹겹 보호막”

입력 | 2021-09-17 03:00:00

오세훈 시장, 전임시장 재차 비판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시민단체에 대한 잘못된 예산 지원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잘못을 바꿀 수 없도록 겹겹이 쳐놓은 보호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 시장은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됐다”며 ‘대수술’을 예고한 지 사흘 만에 추가 비판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1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바로 세우기’ 브리핑을 전후로 민간위탁 및 보조금 개선 방안을 논의했지만 당장 시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대표적으로 전임 시장 때 만들어진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을 지목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위탁기관은 그해 시가 진행하는 특정감사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합성과평가는 위탁기관의 경영 등 목표 달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인 반면에 감사는 불법이나 비리 등이 없는지를 알아보는 수단이다. 오 시장은 “사업 실적이 우수해도 불법·부당한 행위를 했다면 제재를 받는 게 상식인데 전임 시장 때 만든 해괴한 지침은 최소한의 통제도 제때 못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시는 이달 초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마종)의 운영실태와 관련해 감사에 착수하려다가 시의회가 해당 지침을 근거로 이를 지적하자 감사를 유예했다.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고용승계를 못 박은 규정도 있다. 수탁기관이 바뀌어 새로운 사업자가 위탁 업무를 시작해도 이전 직원의 80% 이상은 고용이 승계돼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탁자의 인적, 물적 인프라와 전문성 활용을 위해 위탁을 맡기는 것”이라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관리자의 고용까지 보장된다면 업체를 변경한 의미가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220여 개 위원회에 포진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도 문제 삼았다. 그는 “수탁기관이나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에 시민단체 출신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 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민간위탁·민간보조 사업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마을, 협치,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등의 분야에서 올해만 최근까지 1160억 원이 보조금이나 위탁금으로 지급됐다. 오 시장은 이를 토대로 “1조 원은 근거 없는 금액이 아니다”고 밝혔다. 13일 기자회견에서 “10년간 1조 원 가까이 지원됐다”는 주장에 반박이 잇따르자 이를 재반박한 것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오 시장의 발표를 공개 지지했다. 노조는 “마땅히 공무원이 해야 할 일에 ‘협치’라는 이름을 붙여 무분별하게 민간에 넘기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문제가 되는 지침을 변경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민간위탁 관리지침의 경우 ‘민간위탁 거버넌스’라는 회의체를 통한 논의 및 의견 수렴과 평가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조례의 경우 시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시의회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오 시장이 실체 규명 없이 자극적인 단어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