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채굴 사업, 환경파괴 논란
메탈스컴퍼니의 해저 채굴 로봇은 바닷물을 빨아들여 바닥에 분사해 망간단괴를 흙 바깥으로 드러나게 한 후 빨아들인다. 망간단괴(작은 사진)에는 망간 20∼30%, 철 5∼15%, 니켈 0.5∼1.5%, 구리 0.3∼1.4%, 코발트 0.1∼0.3%를 비롯해 40여 종의 금속성분이 포함돼 있다. 메탈스컴퍼니 제공
미국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턴 단열대(CCZ)’. 5000m 깊이의 심해에서 대형 청소기 헤드처럼 생긴 로봇이 바닥을 훑고 지나가며 해저에 깔린 자갈을 빨아들인다. 캐나다 심해 채굴 업체 메탈스컴퍼니가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한 이 로봇은 CCZ 해저에서 망간단괴를 채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망간단괴는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초소재로 쓰이는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을 다량 함유한 광물이다.
○골프장서 공 줍듯 해저에서 망간단괴 줍는다
메탈스컴퍼니는 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 통가, 키리바시와 계약해 약 15만 km² 규모의 광물탐사권을 확보했다. 이 지역에만 전기차 2억8000만 대에 탑재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희토류 자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1994년 탐사를 통해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이 지역의 채굴권을 확보했다. 박상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양자원연구센터장은 “이 지역에는 주먹만 한 망간단괴가 엄청나게 넓은 평원에 가득 깔려 있다”며 “과일 줍듯이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난개발로 환경 문제 초래할 것”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을 개발하면 어떤 환경 피해가 발생할지 평가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심해는 열대우림 대비 생명체 수가 1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생물이 많아 생물 다양성은 오히려 풍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채굴 과정에서 빨아들인 퇴적물을 단괴와 분리해 다시 해양에 방류하면 해양 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망간단괴 자체도 미생물의 서식지다.
이에 대해 해저 채굴 기업들은 산림 벌채와 굴착, 시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지상 채굴과 비교하면 해저 채굴의 환경 파괴가 적다고 주장한다. 메탈스컴퍼니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청정 생산 저널’에 해저 채굴이 지상 채굴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ISA는 조만간 해저 채굴에 대한 규약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메탈스컴퍼니는 드론과 해저 센서를 활용해 단괴 채취를 실시간 관찰해 얻은 데이터를 ISA 등 규제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셰스키 CFO는 “생물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이 발생하면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