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19선언 3주년 코앞 또 도발 ‘열차 미사일’에 철도 협력 어그러져 평화 구상 재가동하려던 靑 고심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3주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주년(17일) 등 역사적 모멘텀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복원될 때만 해도 청와대는 추석 화상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 관계 진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번 도발로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15일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쏘고, 같은 날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우몽(愚蒙·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움)하다”고 직격한 것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을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열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참관 당시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이미 언급한 만큼 더 이상 북한과의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동아일보
청와대가 맞대응을 자제한 건 문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라 대통령도 묵과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 “남북 평양공동선언 3주년에, 추석까지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순항,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쏘아올린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남북 관계 구상도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기차에서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청와대가 남북 협력의 대표 분야로 공을 들여왔던 철도 협력도 운을 떼기가 쉽지 않게 됐다.
탈북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은 기계처럼 잘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전술핵 등을 통한 전쟁 억제력 강화를 지시한 만큼 북한은 이에 따라 도발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북한이 무기체계 성능 테스트 의지를 이번에 보여준 만큼 앞으로도 무력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도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집행된 남북 방역협력사업 지원금이 1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219억 원, 146억 원이 집행된 데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