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이 4월 별세한 남편 필립 공의 유언장을 앞으로 90년간 공개하지 않고 봉인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 등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통상 유언장은 집행을 위해 공증하는 과정에서 공개되지만 왕가의 존엄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영국 고등법원은 이날 “왕가는 매우 특정한 개인의 집단으로서 이들의 존엄성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은 왕실 구성원의 유언을 궁금해 하겠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이를 공개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필립 공의 변호인단은 “유언장 공개는 근거 없는 추측을 불러일으켜 여왕과 왕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원은 봉인 기간을 125년으로 해달라는 왕가 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최고 수석판사 앤드루 맥팔레인 경은 “90년이면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 역사상 최초로 유언장을 봉인한 것은 1910년 메리 여왕의 남동생 프랜시스 왕자가 사망했을 때다. 프랜시스 왕자는 여왕에게 받은 에메랄드 보석을 자신의 정부(情婦)였던 킬모리 백작부인에게 상속하겠다고 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