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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위 체스… 컬링의 짜릿한 승부감에 반했죠”

입력 | 2021-09-18 03:00:00

[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컬링 유망주 중2 김소연
“집중해 굴린 돌 하나로 승리… 컬링만큼 재밌는 운동 없어”
대한체육회 후원선수로 뽑혀… 역도-육상하던 어머니가 응원
2살 아래 남동생도 컬링 입문… ‘팀 킴’ 김은정 선배가 롤 모델



신남초교에서 4학년 때부터 컬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김소연(남춘천여중)은 입문 2년 만에 전국소년체육대회와 회장배 대회를 석권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컬링이 다른 종목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김소연은 “훌륭한 선수가 돼 한국 컬링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빙상경기장에서 스톤을 굴리기 전 자세를 잡고 있는 김소연. 춘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50cm 작은 키의 중2 소녀 김소연(14·남춘천여중)은 강원 춘천 컬링계의 유명 인사다. 초등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와 회장배 컬링대회를 석권했고,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영재들을 소개하는 방송에도 출연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16개 종목 스포츠 유망주 20명을 응원하는 ‘뉴스타운동본부’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김소연은 여기에도 최연소로 뽑혔다. 올해 4월에는 1호 후원 선수가 돼 장학금 500만 원을 받았다.

김소연은 컬링부가 있는 춘천 신남초에 입학하며 컬링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컬링 스톤을 가장 먼저 굴리고 스위핑을 하는 ‘리드(Lead)’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의 리더 격인 ‘스킵(Skip)’이 됐다. 컬링에서는 팀 이름도 스킵의 이름을 따라 정할 정도로 경기 전략을 짜는 스킵은 중요한 포지션이다. 김소연은 “중압감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자리지만 팀원을 아우르며 승리를 이끌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스킵의 매력을 설명했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다른 종목에 비해 몸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김소연은 컬링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고 한다. 그는 “내가 집중하면 돌 하나로도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짜릿한 종목”이라고 말한다.

그가 진정으로 컬링을 즐기는 모습에 고교 시절까지 육상과 역도 선수를 했던 엄마 김정아 씨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두 살 터울 남동생도 2년 전 컬링에 입문하며 삼남매 중 둘이 컬링을 하는 ‘컬링 집안’이 됐다. 김소연은 “앞으로 실업팀에 들어가고 국가대표가 돼서 컬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학교 입학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져 김소연의 훈련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대회도 줄줄이 취소돼 2학년인 올해가 돼서야 중등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에는 평소 일주일에 5번 하던 컬링장 훈련을 2, 3번만 해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컬링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이론 공부를 착실히 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다음 달 예정인 주니어 대표 선발전에서 나혜담, 조연지(이상 2학년), 최은혜, 이수빈(이상 1학년)으로 구성된 ‘리틀 팀 킴’을 이끌며 제대로 실력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김소연의 롤 모델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에 은메달을 안긴 ‘팀 킴’의 스킵 김은정(31·강릉시청)이다. 김소연은 “경기 내내 안경 너머 표정이 항상 ‘포커페이스’다. 아직 어려서 표정 관리가 잘 안되는 나로서는 무척 존경스럽다.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서 ‘팀 킴’ 선배들과 경기를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맑게 웃던 컬링 소녀의 눈빛은 스톤을 잡고 정면을 응시할 때의 ‘프로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소연은…△생년월일: 2007년 3월 7일 △출생지: 강원 춘천 △신체조건: 150cm △학력: 춘천 신남초-남춘천여중 △포지션: 스킵 △주요기록: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여자초등부 1위(2019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초등부 1위(2020년), 회장배 전국컬링대회 여자 중등부 3위(2021년)


춘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