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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점 배점 ‘자산관리사’ 항목, 화천대유만 계획 제출

입력 | 2021-09-18 03:00:00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 확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법조계 인사들이 연관된 게 드러나며 사업 배경에 특혜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와 관련 투자자들이 최근 3년간 4000억여 원을 배당받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하루 만에 사업자 선정, 흔하지 않아”

이번에 논란이 된 땅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91만 m²로, 판교신도시 개발이 마무리된 후 성남 일대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개발하려다 개발정보 유출 의혹 등으로 무산됐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지사가 대장동을 ‘공영개발’로 추진한 건 이 같은 우여곡절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2014년 1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 입찰을 마감한 지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AMC)’ 자격으로 참여한 하나은행 주관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하루 만에 심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화천대유가 사업자로 미리 내정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시행업계에 따르면 입찰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를 선정하는 건 흔한 사례는 아니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통상 입찰 마감 후 입찰 주체와 사업자가 물밑 협상을 벌이면서 결과 발표까지는 며칠이 걸린다”면서도 “사업 조건이 확연하게 차이 나면 하루 만에 선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입찰에 참여한 3곳 중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성남의뜰)만 입찰 공고에서 명시한 ‘자산관리회사 설립 및 운영계획’을 제출한 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AMC 관련 계획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MC 배점이 20점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평가 항목 6개(1000점 만점) 중 낮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배점 항목을 채우지 않은 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라는 평이 나온다.

○ 자본금 3억여 원으로 4000여억 원 배당받아

이번 논란에서 자본금 5000만 원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어떻게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겼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화천대유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주관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지분 1%를 갖고 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A 씨와 익명의 개인 투자자 6명이 SK증권을 통해 특정금전신탁으로 보유한 지분을 합쳐도 7%가 안 된다. 화천대유와 이들 투자자는 3억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2019년 이후 3년간 4040억 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았다. 자본금 대비 1153배나 되는 배당수익을 챙긴 셈이다.

이 지사는 이들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공공이) 사전 약정한 4500억 원에 더해 인가 조건을 바꿔서 총 5500억 원의 이익을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수익 배분 방식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22억 원을 배당받은 뒤 금융사들이 개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받고 남은 금액을 화천대유와 SK증권이 배당받는 구조였다.

대장동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하려다 포기했던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당시 주택 시장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크게 올라 결과적으로 화천대유가 큰돈을 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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