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홍준표 의원 초청 왁자지껄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2021.9.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수사가 지나쳤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당심’(黨心) 잡기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물론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은 홍 의원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선을 거듭할수록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지난 16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첫 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하태경 의원이 ‘조국 수사가 잘못된 것이냐’고 몰아붙이자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며 “잘못된 게 아니라 과잉수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서) 정덕진, 정덕일 형제 모두를 구속하지 않고 한 사람만 했다”고 했다.
홍 의원은 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며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적었다.
토론회 직후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홍 의원은 3시간여 후인 오후 10시33분쯤 재차 글을 올리며 해명에 나섰으나 사실상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 홍 의원은 “조국 전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전 가족 몰살 사건은 제 수사 철학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 수사였다”고 적었다.
‘윤석열 검찰’은 지난 2019년 8월 조 전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시절 접수한 고소·고발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고소·고발은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딸의 입시비리 의혹과 동생의 채용비리 의혹, 5촌 조카의 횡령 배임 의혹이 불거지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됐다.
수사 착수 2년이 흐르면서 법원의 판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는 2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조 전 장관의 동생도 2심에서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부산대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했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면접을 받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아빠는 물론이고 미성년이었던 쌍둥이 딸까지 기소돼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과도한 검찰권이 조국 가족에게만 선택적으로 행사됐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조국 가족은 권력의 비호와 엄호를 받고 검찰은 수사방해와 탄압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후보님, 이건 아니다”라며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 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실언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가족 중에 대표자만 구속한다 이런 논리는 적어도 조국 사건에 적용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직설적인 ‘사이다 발언’과 이준석 대표를 엄호하는 모습 등을 보이며 최근 MZ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청년세대는 자산 불평등과 교육 격차 등을 겪으며 다른 세대보다 ‘공정성’ 문제에서 더 민감한 세대로 평가받는다.
한 이용자는 “민주당은 스스로 무너진 게 아니라 입시 브로커 조국과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때문”이라며 홍 의원을 비판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 MLB파크에서도 “대권 욕심에 갑자기 뒤통수를 쳤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와 똑같은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 “역선택 지지율에 취해 정신 못 차린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 의원이 입장을 고수한다면 남은 대선 경선에서 일단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윤 전 총장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발표된 1차 컷오프 결과에서 윤 전 총장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리면서 2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컷오포는 당원 여론조사 2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80%를 합산해 이뤄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소폭으로 윤 전 총장을 앞섰지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밀렸다.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이 80%가 아니었다면 합산 결과는 더 크게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홍 의원의 지지율은 ‘진보층에서 높고, 보수층에서 낮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보수층에서의 지지율을 많이 끌어올렸다고는 하나 윤 전 총장을 역전한 결과를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문제는 경선이 거듭될수록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2차 컷오프에서는 당원투표 30%, 후보 확정 때(11월5일 발표)는 50%로 확대된다.
홍 의원이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를 꺼내들지 않는다면, 당원 지지율이 높은 윤 전 총장이 계속해서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 세대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았는데, 조 전 장관의 ‘내로남불’ ‘언행불일치’가 드러난 게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였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검찰 수사가 과했다는 홍 의원의 주장은 이들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굉장한 ‘실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추석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조짐을 보이면 다시 만회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입장을 번복하면 지지를 받는 진보·중도층에서 이탈이 있을 거 같고, 안 하자니 보수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홍 의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