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진 교수는 무너진 마음을 운동으로 일으켜 세운 뒤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오우진 초당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36)는 무너진 마음을 몸으로 일으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순간 이러다 완전히 망가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찾아왔어요.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몸을 써서라도 과거를 떨치려고 노력했죠. 몸이 피곤하면 생각이 좀 덜해지잖아요. 정신적 고통을 나누는 셈 치고 몸을 많이 움직였습니다. 비행이 없는 날은 하루 6시간 이상 몸을 움직였어요. 필라테스와 요가, 그리고 피트니스. 몸이 힘드니 먹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잠도 자기 시작했죠.”
“상실감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의 반대쪽에 성취감을 높여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 선택한 게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효과적이었죠.”
“어느 순간 보디 프로필(Body Profile)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무너진 정신을 다잡기 위해 뭔가 제가 해낼 수 있는 결과물이 필요했어요. 인간관계, 사회 및 회사 생활에서는 제가 마음먹는다고 언제나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잖아요. 거기서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끼죠. 제 몸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몸을 드러내놓고 사진을 찍으려면 몸을 잘 만들어야 하죠. 개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오우진 교수가 집에 마련한 필라테스 기구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보디 프로필을 찍고 난 뒤 운동은 그의 삶이 됐다.
오우진 교수는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오우진 교수 제공
무엇보다 운동을 통해서 정신력도 키울 수 있었다.
“운동은 한계와의 싸움이죠. 예를 들어 이너싸이(Inner Thigh) 머신을 이용해 내전근 운동을 할 때입니다. 처음엔 20kg으로 20회 1세트를 한 뒤 5kg씩 올려 1세트씩 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35kg까지 올려 4세트를 하다보면 15회 넘어 더 이상 두 다리를 모을 힘이 없어져요. 그래도 트레이너의 ‘할 수 있다’는 소리에 끝까지 다 해냅니다. 일종의 ‘강제 반복’입니다. 제가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뇌는 그만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명령을 거부하고 반복함으로써 뇌를 굴복시키게 됩니다. 안 될 것만 같았는데 해낸 것을 뇌는 인지하고 몸은 기억합니다. 체력도 정신력도 커지는 것이죠. 트레이너가 ‘할 수 있다’고 옆에서 거들어 주지만 막연히 ‘할 수 있다’를 외치는 게 아니라 제 몸으로 경험하며 증명해내면서 자존감도 올라갑니다.”
오우진 교수는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오 교수는 “몸을 망치면서까지 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보디 프로필을 단순히 자기 과시용으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보디 프로필이란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얻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보디 프로필을 찍는 과정에서 몸도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에서 얻은 성취감, 자신감, 자기효능감을 통해 제가 원하던 튼튼한 마음도 만들었어요. 운동은 몸과 마음의 근력을 함께 향상시킵니다. 운동을 하면서 제가 중심이 돼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비로소 제 삶의 주체자가 된 것입니다.”
오 교수는 특히 젊은이들이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왜 최근 젊은 친구들이 보디 프로필을 찍고 싶어 하는 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 힘들어지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삶 속에서 작은 성취감이라도 스스로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자신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메시지를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을 조금 헤아려봅니다. 젊은이들이 보디 프로필을 통해 자기효능감도 올리고 자존감도 높이면서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우진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시티드로우를 하고 있다. 오 교수는 “마음이 무너질 땐 몸을 세워야 균형을 맞춘다”고 강조한다. 오우진 교수 제공
오 교수는 운동에 매료돼 생활체육지도자와 필라테스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지난해 터진 코로나19 탓에 항공사에서 5개월 쉬고 1개월 근무하는 순환근무 체제 때 쉬는 동안 그는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했다. 오 교수는 지난해 8월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에서 ‘항공사 객실승무원의 생활체육 참여 정도가 직무성과에 미치는 영향: 신체적 자기지각과 자기효능감의 이중매개효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을 일으켜 세운 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것이다.
오우진 교수가 케틀벨을 하고 있다. 오우진 교수 제공
오 교수는 마음이 무너진 뒤 운동으로 다시 일어선 경험담을 ‘바디 프로필로 올린 자존감, 마인드 & 바디 밸런스’란 책으로 엮었다. 전남 무안 집을 홈트레이닝 할 수 있게 꾸미고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는 그는 ‘마바밸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