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미국인들과 가족들이 수없이 거처를 옮기면서 탈레반의 체포를 피해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AP통신의 취재 결과 밝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미국 국적의 한 부부는 어린 자녀 세 명과 함께 언제라도 탈레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즉시 도망칠수있도록 부부가 교대로 잠을 잔다고 AP통신에게 말했다.
이들 가족은 받아주는 친척이나 지인이 있느냐에 따라서 2주일 동안에 벌써 7차례나 거처를 옮기며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았다. 매일 매일의 삶은 공포와 지겨운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좁은 방 한두칸에 숨은 채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 ‘텔레폰게임’ 같은 것으로 소일했다고 한다.
부부가운데 아내는 AP통신과의 문자메시지에서 “우리는 점점 더 겁이나서 점점 더 숨어있게만 된다. 숨이 막힐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기도를 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아프간 잔류 미국인들의 문자메시지, 이메일, 전화통화 내용등 친인척과 가족, 구조단체들과의 대화를 종합해본 결과, 아프간 미군의 혼란스러웠던 철수작전 완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의 힘겨운 일상생활의 면모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들 가운데에는 미국 시민들, 미국 영주권자들, 지난 20년동안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의 조력자로 일했던 미국 비자 신청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안전을 위해 신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몇 주일동안이나 집집을 전전하며 숨어 살기, 밤에도 불을 켜지 못하고 숨어있거나 갑자기 숙소를 이동하기, 바깥에 나갈 때에는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헐렁한 현지 옷이나 부르카를 걸치기 등 공포속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바이든 정부가 자신들을 한 명도 남김 없이 구출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