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미식세계] 밀키트, 추석 요리 부탁해!
정갈하게 나눠 먹기 좋은 밀푀유 나베는 밀키트계의 스테디셀러다.
수요 치솟는 밀키트
아이들과 재미있게 완성할 수 있는 피자 밀키트.
밀키트(meal kit)는 말 그대로 음식(meal)을 완성할 수 있게 구성해놓은 식재료 조합품(kit)이다. 깨끗하게 손질해 알맞게 계량한 식재료, 누가 만들어도 맛좋은 양념과 소스, 간단하되 실패 없는 조리를 위한 요리법까지 구성에 포함된다. 소비자는 포장을 뜯어 요리법에 따라 썰고, 섞고, 가열해 담아 내기만 하면 된다.
밀키트의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배달음식, 완전·반조리식품과 달리 식재료 상태를 두 눈으로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키트 식재료는 특성에 맞게 각각의 압력으로 진공 포장된다. 이동 거리와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소비자 만족은 물론, 제맛도 물 건너간다. 그러니 포장할 당시 식재료의 신선함은 항상 최상을 유지해야 한다.
처음에 나온 밀키트는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법한 이국적 음식이 많았고,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밥과 반찬, 일품요리, 국과 찌개, 아이 간식, 술안주, 브런치, 캠핑 요리 등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가 출시되고 있다. 이런 밀키트는 시간은 벌어주고, 노동은 덜어주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빚어내 최고의 식생활 도우미로 자리 잡았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탄생 배경이 확실한 밀키트가 주목받는다. 특정 국가, 지역, 식재료, 식당, 인물 등의 이야기를 밀키트에 담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붐벼서 못 간 핫 플레이스, 멀어서 안 간 백년식당,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를 못 낸 미쉐린 레스토랑 등이 모두 밀키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뿐 아니라 유명 유튜버와 연예인 손맛까지 차곡차곡 담아 식탁으로 가져다준다. 봉지를 뜯어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평균 20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입맛과 입장이 제각각 다른 가족의 취향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탕수육과 파스타를 한 상에 뚝딱 차리고, 베트남식 샐러드와 미국식 피자를 같이 먹을 수 있다. 요리하는 사람의 피로를 줄이고, 버리는 식재료 없이 함께 어울려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밀키트계 스테디셀러 밀푀유나베
배우 류수영의 손맛대로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참간초면(왼쪽). 가지만 손질하면 근사한 중국풍 요리가 완성되는 돼지고기가지볶음.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며 맛집 밀키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식, 중식, 일식, 양식, 한식 등 전국 내로라하는 핫한 식당 메뉴가 골고루 있다. 대구 떡볶이, 김포공항 칼국수, 춘천 닭갈비, 강릉 짬뽕, 해운대 대구탕, 여수 삼합, 서울 압구정동 메밀국수까지 모두 집에서 맛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요리를 완성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쫀득한 도우에 직접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얹는 피자나 손수 마는 꼬마김밥뿐 아니라 샌드위치, 햄버거, 꼬치요리, 만두 등 조물조물 완성해 맛볼 수 있는 밀키트가 꽤 다양하다. 타코나 파히타 같은 밀키트는 복잡한 조리 없이 각자 만들어 푸짐하게 먹는 재미가 있다.
국, 찌개, 찜 같은 한식은 동네 밀키트 전문점을 활용해본다. 보통 무인으로 운영하며 24시간 열려 있어 언제든 구매 가능하다. 편의점 밀키트는 끼니보다 별식의 즐거움을 준다. 편의점마다 특색 있는 밀키트를 구비해놓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즉석식품이 많아 산책이나 가까운 나들이에 함께하기 좋다. 올 추석 입맛의 스펙트럼은 한 치 양보 없이 밀키트로 채워보자.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