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하철역 프리미엄이 반경 500m 이내보다는 1km 범위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세권을 350~500m 이내로 제한해 관리하고 있는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여서 정책에 반영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지하철 접근성이 주거용과 비주거용 토지가격에 모두 프리미엄을 발생시키며, 지하철의 운행빈도가 많을수록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신도시 등을 조성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제공하는 데 따른 프리미엄을 사전에 예측하고, 가격안정을 위한 적절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문은 서울시 지하철을 대상으로 지하철 운행빈도와 가로망 특성을 고려한 5개의 접근성 지표를 산출해 측정한 뒤, 주거용과 비주거용 토지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 역세권 범위, 500m에서 1km로 확대해야
논문에서 사용된 5개 접근성 지표는 △지하철의 운행빈도(Reach) △지하철역까지의 근접성(Gravity) △도로의 직선 정도(Straightness) △일정한 반경 내 이동시 지나가는 빈도(Betweenness) △우회도로 개수(Redundancy Index) 등이다.대상지역은 시청역과 청량리역, 용산역, 강남역, 영등포역, 월드컵경기장역 주변 일대이며, 공시지가와 지하철운행빈도, 부동산개발밀도, 토지이용혼합도, 인구 및 고용밀도 등이 분석 자료로 사용됐다.
그 결과, 5개 지표는 주거용과 상업·업무 등 비주거용 토지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용보다는 비주거용 토지가격에 상대적으로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이 주는 편익을 주거보다는 상업이나 업무활동에서 더 크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또 정부가 그동안 사용하고 있는 역세권 범위(350~500m)보다 훨씬 넓은 범위가 지하철역 프리미엄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여서 눈길을 끈다. 논문을 작성한 김창덕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따라서 “역세권을 직선거리 500m로 보는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하철 운행빈도 많고 근접성 높을수록 프리미엄 크다
지표별 영향력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지하철 운행빈도(Reach)가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운행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 지하철역까지의 근접성(Gravity)과 가로망의 직선도(Straightness)가 높을수록 이 유리한 조건으로 나타났다. 또 일정한 반경 내 이동시 경유빈도(Betweenness)가 많은 지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다만 지하철역에 이르는 길이 많다는 조건(Redundancy Index)은 주거용 토지에는 중요한 이점이었지만, 비주거용 토지가격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밖에 부동산개발밀도가 높고, 토지이용혼합도가 낮은 지역의 토지가격이 높았다. 또 시청, 부도심, 도로,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가로망, 상권에 멀어질수록 토지가격은 하락했다.
강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신도시 개발에 따른 대중교통망 확충은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신도시 개발을 위해 사전에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에 따른 프리미엄을 예측하고, 가격안정을 위한 적절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