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확장 공사 정황이 담긴 위성 사진과 관련해 영변 핵 시설을 둘러봤던 미국의 핵 전문가들이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이고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25%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이것은 비효율적인 만큼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목적이라면 원심분리기 1000개를 추가 배치하는 것은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영변에 있는 원심분리기 4000개는 3.5%~4% 농축 우라늄밖에 생산하지 못해, 이 저농축 우라늄 농축도를 90%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원심분리기 2000개가 추가로 필요하는 설명이다. 파키스탄 방식은 고농축 작업을 다른 안전한 장소에서 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갈 만한 시설’을,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 둘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더욱이 영변 우라늄 농축 공장 가동이 장기간 중단됐다는 점에서 “현재 원심분리기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면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 원심분리기를 추가 설치한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또 다른 안전한 비밀 장소에서 무기급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이번 공사는 전체 시설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인 것 같다”며 “초기 건설 작업을 근거로 공사의 실체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농축과 관련된 것일 수 있지만 위성 사진만 보고 그 의미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거 농축 시설을 2배로 늘리는 듯한 공사 정황이 포착됐을 때에도 실제 확장 규모는 파악하기 어려웠고, 당시 원심분리기를 실제로 2배로 늘렸는지도 이론일 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정보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늘리는 공사라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다른 지역의 비밀 시설을 확장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는데 굳이 영변 시설을 확충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반드시 시설 확충 작업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시설을 더 잘 운영하기 위한 활동이거나 해당 구역에서 어떤 처리 작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시험용 공장과 연구·개발 작업 용도와는 별개로 ‘핵 역량을 키우고 있으니 대화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영변에) 고농축 우라늄이 없다면 협상 카드로 교환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브라이트 소장 역시 “북한은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핵 시설이 영변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며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확실히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석했다.
앞서 미국의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는 지난 16일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확장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일과 이달 1일 및 14일자 사진을 비교한 것으로, 사진에는 우라늄 농축 시설로 알려진 건물을 증축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단체는 공간 규모를 1000㎡로 분석하면서 원심분리기 1000개가 들어가는 넓이이고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25% 늘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었다. 이 단체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초대형 핵탄두 생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