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전지역 노인들이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사진은 지난 6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어르신에 한해 노인복지시설 운영이 10개월 만에 재개된 대전 유성구 도안10단지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 News1
# A씨(82·여)는 집 인근에 있는 공공체육시설에서 운영하는 수중근력운동 프로그램에 주 3회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당 시설은 운영과 폐쇄를 반복하더니 아예 자신이 참여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유일한 운동시간이자 여가활동을 못하게 된 A씨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걷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 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국악과 서예교실에 참여하며 취미생활은 물론 말동무도 사귀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B씨(72).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간간이 천변을 걷는 일로 그 시간을 대신하고 있지만 무료함과 외로움은 다 채워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대전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지역 내 경로당 824곳이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개방과 폐쇄를 반복해 왔다.
또, 각 동별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됐던 노래교실 등 주민자치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되거나 참여 인원이 대폭 축소돼 운영됐다.
이밖에 Δ수영장 등 각종 실내체육시설 Δ노인세대의 소득보장과 사회참여를 위해 진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Δ각 사회복지관의 복지 프로그램 등도 줄줄이 운영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집이 여가를 보낼 유일한 장소가 돼버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족 간 접촉으로 감염 우려 때문에 자녀와 손자 등 혈육 간의 왕래도 소원해지는 등 그야말로 노인세대에 삶의 낙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13.5%가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70세의 자살 생각 비율이 8.17%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4.71%)보다 3.46%p나 상승한 것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노년층의 사회적 단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매일 아내와 집 인근에 있는 산에 오르며 시간을 보낸다는 노인 C씨(73)는 “건강관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고 있긴 하지만 뭔가 좀 허전함을 느낀다”라며 “생각이나 시야가 한정적이게 되는 느낌이다. 모임에 참여한다든지 이런 게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며 단절된 인간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뜻하는 ‘With 코로나’전환 시 의료적·사회적 방역대책과 함께 전 연령층에 대한 심리적 방역 지원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D씨(59·여)는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이 더더욱 단절되고 소외될 가능성이 많다”라며 “특히, 사회 전반에 비대면 무인화 시스템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외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보다 연대, 사랑, 나눔, 돌봄을 강화하는 사회적 연대감 형성이 더욱 필요하다”라며 “노인들의 대면적 사회활동도 마음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재구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