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85)이 가톨릭 보수파들이 ‘자신이 죽기를 바란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자신이 올해 7월 결장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았을 때 일부 고위 사제들이 후임 선출을 논의했다는 점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21일 예수회가 발간하는 잡지 ‘라치빌타카톨리카’는 교황이 12일 동유럽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방문했을 당시 예수회 신부 53명과 나눈 대화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당시 교황은 자신과 가톨릭교회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난하는 교계 내 전통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한 사제가 건강 상태를 묻자 교황은 “여전히 살아있다. 비록 몇몇은 내가 죽기를 바랐겠지만”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나의 수술 당시 일부 고위 성직자들이 내 건강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회의를 열었다. 그들이 콘클라베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시 새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들이 투표로 새 교황을 선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투표는 여러 차례 진행되며 만장일치가 됐을 때 투표 용지를 태운 흰 연기로 새 교황의 탄생을 알린다.
교황은 자신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도 그들(반대파)이 만든 사상과 환상의 세계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이는 내가 설교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反)이민, 불평등, 기후변화 등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며 교계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보수파들은 특히 지난해 10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에 찬성한 것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