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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넥슨-넷마블… ‘위기 돌파’ 승부수

입력 | 2021-09-23 03:00:00

김택진 엔씨 대표, 직원에 이메일… “과거 성공 방식 냉정하게 재점검”
中서 규제에 막힌 넥슨 김정주… 美인재영입 나서며 ‘리더십 교체’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는 넷마블… M&A 전략으로 위기 대응 나서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이른바 ‘3N’이 신작 흥행 부진과 중국 등 해외시장 규제 강화 조치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1∼6월) 실적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데 이어 주가도 하락하자 대형 게임사의 창업주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엔씨소프트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는 추석 연휴 전인 17일 사내 이메일을 보내 “회사를 둘러싼 외부의 반응이 냉담하고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명절을 앞두고 ‘사과문’ 형식의 이메일을 보낸 것은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신작 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블소2가 엔씨소프트의 대표작품 리니지 시리즈처럼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해 돈을 더 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일명 ‘페이투윈(Pay to Win)’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실제 블소2의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는 구글 플레이 집계 기준 현재 4위로 ‘신작 출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소2 출시 전 80만 원대였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17일 58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엔씨소프트의) 과거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용자와 사내 임직원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출시 예정 게임인 ‘리니지W’의 온라인 설명회를 이달 30일 개최하는 것도 김 대표가 “(회사 안팎의) 의견을 듣고 또 듣겠다”고 강조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게임업계 안팎에선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니지 등 게임 지식재산권(IP) 우려먹기 문제나 해외시장 진출 전략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및 의지는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넥슨은 중국 당국의 규제에 고전하고 있다.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버전의 현지 출시가 미뤄진 가운데 중국 당국이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도 제한하자 일본 증시에서 2000엔(약 2만1600원)을 웃돌았던 넥슨 주가는 21일 1748엔(약 1만8900원)까지 하락했다.

넥슨 김정주 창업주는 ‘리더십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7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대표에서 물러난 뒤 북미지역에 머무르며 ‘C레벨’(최고위급) 인재 영입과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2% 줄어드는 등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넷마블은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모바일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를 2조5000억 원에 인수한 거래가 대표적이다.

넷마블 창업주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스핀엑스 거래를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사내 구성원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