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UP Together, 세상을 바꾼다]〈1〉SK이노 스타트업 육성 모델 배터리 분리막서 옷 만드는 ‘라잇루트’… 친환경 파력발전 기업 ‘인진’
《‘다윗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다면.’ 한국 산업계의 벤처 투자 방정식이 변화하고 있다. ‘다윗’인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힘을 합쳐 세상을 바꾸는 상생 스토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육성 전략은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스타트업과 장기 동행을 하며 미래 시장을 보는 눈을 갖고 발 빠른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적 혁신도 이끌어 가고 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와 사회 공헌 모델을 들여다본다.》
#1. 이달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섬유박람회장에서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리막으로 만든 옷’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회적 기업 ‘라잇루트’의 전시 부스였다. 라잇루트는 폐배터리 분리막 필름이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와 성질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방수, 방풍, 투습 등 첨단 기능을 살린 옷감을 만들었다. 매월 20L짜리 종량제 봉투 240만 개에 달하는 양이 버려지는 분리막의 재활용 가능성을 찾았다.
#2. 지난달 2일 친환경 파력발전 사회적 기업인 ‘인진’은 캐나다 정부와 파력발전 설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서부의 고립된 지역에서 그동안 생산 전력 대부분을 차지하던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프로젝트다.
두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기업 성장 지원 프로젝트에서 수년간 함께해 온 파트너 기업이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초기 자본이 적고 기업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사회적 기업들은 대기업의 마중물 투자와 성장 지원 연계에 목말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SV² 임팩트 파트너링 모델’은 이런 사회적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해 2019년 출범했다.
자체 프로젝트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와 함께 소셜벤처 공모전, 육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라잇루트는 지난해 11월 환경부-SK이노베이션 공모전에서 선정돼 성장 지원금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파트너십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로부터 직접 폐배터리 분리막을 공급받으며 협업 모델을 구축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은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과 네이버 밴드, 온·오프라인 워크숍 등을 통해 꾸준히 경영 컨설팅을 진행하며 소통하고 있다. 올해 6, 7월에는 18개 파트너 사회적 기업이 워크숍에 참여해 투자 관련 교육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신민정 라잇루트 대표는 “작은 기업일수록 특히 투자설명회(IR)를 구성할 때 어려움이 많은데 IR에 필요한 요소, 사회적 가치 측정 등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트병 자동 분리수거함을 개발한 이노버스의 장진혁 대표는 “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이 시장에서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 포인트를 무엇으로 가져가야 할지, 앞으로 브랜드 구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 실질적인 사업 방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