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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권순일 박영수 年 2억씩” 등 직원 14명 회사의 수상한 고문료

입력 | 2021-09-23 00:00:00

동아일보DB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의 이성문 대표가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에게 한 달에 1500만 원, 연봉(고문료)으로 (환산하면) 2억 원 정도 줬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약 10개월간 고문을 맡았다. 또 이 대표는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원유철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는 월 1000만 원, 자문변호사였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게는 월 수백만 원을 줬다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원 전 원내대표는 화천대유 소유주 A 씨에게 사업 진행과 관련 있는 대인 관계에 대해 자문을 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화천대유의 고문이나 자문을 맡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 더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대법관 출신이 대기업의 고문을 맡아도 통상 고문료가 연간 1억 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 14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 화천대유가 대기업보다 훨씬 많은 고문료를 주면서까지 권 전 대법관과 박 전 특검을 영입한 배경에 대해 세간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대표는 “권 전 대법관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야당에선 “(권 전 대법관이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해 준 전력을 관공서와의 로비에 사용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과 함께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했는지 여부도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박 전 특검의 역할도 규명돼야 한다. 화천대유에서 박 전 특검 본인은 고문, 딸은 직원으로 일했고 화천대유와 함께 이 개발사업에 참여한 천화동인 1∼7호 중 2명은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를 지낸 적이 있는 법무법인 강남 소속 변호사다. 변호사 중 1명은 2009년부터 추진된 옛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을 떼게 해 달라’는 민간업체들의 부탁을 받고 불법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강 전 지검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평산은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렌터카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특검의 변호를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르면 23일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 용산경찰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된 수상한 자금 흐름 내역이 발견됐다는 첩보를 넘겨받아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경의 수사가 시작된 만큼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 및 배당 등과 관련해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화천대유가 거액을 주고 법조인 등을 대거 영입한 이유와 그들의 역할을 밝히는 게 수사의 첫 단계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