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신동아 DB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23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캠프 정책본부장에서 물러났다. 이 전 원장은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등을 설계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공적이 오히려 의혹으로 둔갑돼 공격받는 상황 속에서 정략적인 모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책본부장 직함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3월 약 58억9533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 전 원장은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포함해 전국 각지에 부동산 10여 개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일부를 가족 법인을 설립해 자녀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전 원장은 “공직자가 되기 전의 일이고, 또한 투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가천대 교수 출신인 이 전 원장은 이 지사의 대선 출마에 따라 이달 초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이한주, 이재명 정책 대부분 설계… ‘다주택’에 하차
23일 물러난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30년 지기로 대표적인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가천대 교수 출신의 이 전 원장은 이 지사가 성남에서 변호사 활동을 할 때 연을 맺은 뒤 2017년 대선,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등 이 지사의 주요 선거마다 정책을 담당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내놓았던 무상교복, 청년배당, 산후조리 지원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은 모두 이 전 원장의 손을 거쳤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 전 원장은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정책 총괄을 맡아왔지만, 다주택 보유 등이 드러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 전 원장의 의혹을 빠르게 수습하겠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3월 경기도보(道報)에 공시된 공직자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부동산 자산 50억6000만 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18억1300만 원)를 비롯해 부부 공동 명의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8억25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강원 횡성군, 경기 양평군, 서울 영등포구, 충남 천안시, 경기 남양주시 등에 소재해 있는 본인 및 가족 명의의 토지 9필지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전 원장은 두 아들과 함께 설립한 법인의 비상장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다 공개됐던 부동산 보유 내역으로 새로운 것도 아니고 투기도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가족법인 설립에 대해선 “법인을 등록하면 5000만 원까지는 증여를 해도 세금을 안 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4900만 원 정도 지분을 증여했다”며 “편법인지 아닌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