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승객 95% 이상이 ‘패키지’ 구매 연말까지 여행객 3000명 출국 전망 백신접종 늘고 여행수요 차츰 커져 美-유럽 항공 국제선 RPK 3~10배↑ 위드 코로나 따른 교류로 실적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요가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이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방역을 유지하되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 이후 항공 수요 확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여행 심리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추석 연휴였던 18일 사이판행 아시아나항공편의 탑승률은 85%에 달했다. 탑승객 150명 중 95% 이상은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승객이었다. 사이판은 올 6월 한국과 격리 조치 없이 일정 조건하에서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은 첫 번째 국가다. 코로나19 음성 확인만 받으면 자가 격리가 면제된다.
트래블 버블 초기인 7, 8월에는 여행객이 편당 10명 이하였지만, 추석 연휴 이후에는 매 편 100명 이상의 예약이 들어오고 있다. 사이판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외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항공 업계는 지금 분위기라면 연말까지 사이판으로만 3000명 이상 여행객이 출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9∼12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사이판 여행 상품을 홍보했더니 이틀 만에 1300여 명이 예약을 했다. 트래블 버블이 ‘정부에서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인증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예약이 몰린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하기는 아직 무리이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연말쯤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80% 이상 줄어든 항공업계는 새로운 방역 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에 기대가 크다. 임직원 유·무급 휴직, 자산 매각, 유상증자, 금융 대출, 정부 지원금 등을 통해 버티고 있지만 결국 해외여행객이 늘어야만 정상적 경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유럽은 항공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 미국의 20여 개 항공사를 이용한 항공 여객 수는 약 7300만 명으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2400만 명)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7월의 85% 수준을 회복했다. 항공사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일컬어지는 국제선 유상여객킬로미터(RPK) 역시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터키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 주요 대형 항공사들의 국제선 RPK가 3∼10배 이상 늘었다. 위드 코로나에 따른 국가 간 교류 증가로 지난해보다 여객 실적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한 임원은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은 복직은 물론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위드 코로나로 하루빨리 여행 심리가 생겨야 내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주로 취항하는 일본과 중국의 상황은 아직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일부 동남아시아 노선에 대해서는 운항 허가를 신청하는 등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