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휴대전화는 가장 정리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사망신고를 하면 몇 달 뒤 고인의 휴대전화 명의가 자동으로 소멸되지만 요금 문제가 있어 통신사를 방문해 고인의 계정을 해지해야 한다. 휴대전화 계정 해지는 사망신고 못지않게 마음 아픈 일이다. 휴대전화가 서로를 연결해주던 기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것만 있다면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연결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지고 명의와 계정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 같은 연결이 끊어진다는 의미다.
유가족들은 때때로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고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엄마, 잘 지내고 있어? 겨울이 와서 여기는 추워. 거기는 어때?” “여보, 오늘은 당신 생일이구려. 생일 축하하오.” “엄마, 그때 미안했어. 보고 싶어. 사랑해.” 답장이 오지 않을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 속으로 많이들 운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왔을 답장이건만 이제는 짧은 메시지 한 줄 오지 않는 것을 보며 그제야 고인의 임종을 실감하게 된다.
명의를 해지하고 나면 그 번호 소유자로 새로운 사람이 카톡에 뜰 때도 있다. 그러면 또 가족들은 한참 울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고인의 휴대전화를 가족 명의로 변경하고, 그 번호를 유지하기도 한다. 고인과 끈이 영원히 끊어지는 것 같아 마음 아프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제 스팸 전화밖에 걸려오지 않는 휴대전화를 열심히 충전한다. 결국 이 작은 기기가 고인과 연결해주는 한 줄기 끈으로 남는다.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는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와 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을 바라보며, 고인의 빈자리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김범석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