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논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오후 울산 남구 울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울산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에 맞서 이날 오전 민주당 울산 선출직 의원 및 시민 1만 인 대표들은 울산시의회 정문 앞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울산=뉴시스·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25, 26일 호남 경선이 다가오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의 공방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 지사는 23일 공개 외부 일정 없이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공동 대응을 제안하는 등 대장동 관련 의혹 진화와 대응책 마련에 집중했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이 지사가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48일 만이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화천대유 방지법’을 약속하며 이 지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 이재명, 경선 후보들에게 공동 대응 제안
이 지사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의혹에 대한) 우리 당 후보님들의 공동 대응을 제안한다”며 “후보들의 공동 기자회견이든 캠프의 공동 성명이든 저들의 후안무치한 저질 정치공세에 함께 맞서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정조사, 특검 등 국민의힘의 공세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함께 맞서자는 것. 이어 이 지사는 “저 이재명은 때리면 때릴수록 강해질 뿐”이라며 “(야당 등이) 나중에 ‘아차, 자살골이었구나’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다른 주자들도 연일 대장동 의혹 공세에 나선 이 전 대표를 겨냥하며 이 지사의 제안에 호응했다. 여권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지사 측에서 (문제될 내용이) 나올 게 없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불거진 건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이 지사가 흠이 있는 것처럼 프레임에 가두기 위해 들고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의원도 “부산 TV 토론에서는 부디 이성을 찾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검증과 정책 경쟁의 장,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되길 바란다”고 가세했다.
○ 이낙연, ‘화천대유 방지법’ 제안
이 지사의 공동 대응 제안과 다른 주자들의 동조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는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공공 토지 및 공영개발 원칙’을 발표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 대해 “공공이 주도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인 강제수용권과 쉬운 인허가를 민간 자본이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이 전 대표는 “민간 토지는 현행과 같이 민간과 공공이 참여하되 개발이익을 최대 50%까지 환수하겠다”며 “공공 토지는 원칙적으로 민간의 개발 참여를 금지하고 공공이 직접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으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와 같은 민간사업자가 현행 제도를 악용해 수의계약과 개발을 대행할 수 있게 하는 ‘도시개발법 시행령’을 고쳐 그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토지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취지로 대장동 의혹을 염두에 둔 ‘화천대유 방지법’을 제안한 것.
이낙연 캠프 역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문제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이 지사께서 말씀하시는 국민의힘 게이트인지 아닌지 이런 것들이 밝혀져야 된다”고 했다.
공방이 격화되는 사이 아직 특정 주자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 친문재인(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아예 이명박 정부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투자 수익은 민간에게 돌려라, 공공 개발하지 말라’는 사실상 지시까지 내렸다”며 “원인 제공자는 지금의 국민의힘,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