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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째 검도에 빠진 의사 “타격으로 육체 단련, 명상으로 내면 살펴”

입력 | 2021-09-24 11:24:00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대학 1학년 때 검도에 입문한 후 현재까지 40년 가까이 ‘검도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가 서울 강남구 자강검도관에서 기본 동작 훈련을 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검도는 조금은 과격해 보이는 운동이다. 죽도(竹刀)로 가격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간단치 않을 것 같다.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57)는 “검도에 대해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1983년 대학에 입학했다. 신입생이 된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운동이었다. 고교 시절에도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입시 공부를 하느라 미뤄 왔다. 운동 동아리를 몇 군데 찾아갔다.

태권도나 유도 같은 종목은 배제했다. 몸과 몸이 충돌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운동량은 많으면서도 안전한 종목을 찾다가 검도를 선택했다.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데다 죽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끼리 충돌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의예과 2학년 때 1단을 땄다. 이어 본과 1학년 때 2단을 땄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취미나 건강관리 목적으로 검도를 했다. 그러다 5년 전 뒤늦게 3단을 땄다. 체력이 된다면 앞으로 4단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검도를 시작한 지 올해로 38년이다. ‘검도인’으로 사는 게 좋다는 이 교수를 만났다.



●대학 때 입문 요즘도 주 1회 훈련


검도를 능숙하게 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대학 검도부에 가입할 때도 그랬다.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했다. 요즘에도 검도에 입문하면 초기 훈련 과정은 비슷하단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충분히 몸을 풀어줬으면 죽도로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와 같은 기본 동작을 훈련한다. 타이어로 만든 타격대를 최소한 100회 이상 쳐야 한다. 제자리에서 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전진하면서 타격대를 가격한다.

여기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이때쯤이면 체력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일대일 연습. 두 줄로 서서 상대방과 마주 본 상태에서 기본 동작을 더 연습한다. 이 연습이 끝나면 대련을 시작한다. 한 선수와의 대련이 끝나면 곧이어 다른 선수와 대련한다.

이 교수는 “첫 일주일 동안은 기본 동작만 따라했는데도 집에 가면 쓰러졌다”고 말했다. 2주가 더 지나서야 훈련이 좀 익숙해졌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느낀 것은 한 달 후였다. 이후로는 2시간 훈련을 거뜬히 마칠 수 있었다.

초기 3, 4년 동안은 하루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턴 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부족해 훈련 횟수를 주 1회로 줄여야 했다. 대신 2, 3시간을 충분히 훈련했다. 이 운동 습관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요즘에도 주 1회 검도 훈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행한단다.



●코어 근육 강화-명상 효과 커


이상헌 교수가 명상을 하고 있다. 검도 훈련이 끝난 뒤 하는 명상도 훈련의 일부로 여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검도는 열량 소비가 많은 운동이다. 보호 장비의 무게는 4~5㎏으로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죽도를 지속적으로 휘두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초보자라면 3분 이내에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이 교수처럼 오래 검도를 한 사람도 5분 후부터 땀이 흐르며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상대방과 돌아가면서 대련할 때도 5회를 마치면 쉬어야 한다. 보통 1시간 정도 연습을 끝내면 기진맥진이 된다. 온몸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된다.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좋은 유산소운동이란 이야기다.

근력 운동의 효과도 크다.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하체에 힘을 주는 일이 많다. 허벅지와 코어 근육이 강해진다. 죽도를 휘두르는 일이 많아 어깨 근육도 강해진다. 이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특히 척추에 검도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을 끝내면 매번 명상을 한다. 이 교수는 이를 ‘묵상’이라 불렀다. 무릎 꿇고 앉은 상태에서 단전에 힘을 주며 복식호흡을 한다. 명상 시간은 1~3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일상을 돌아본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는지,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건 아닌지…. 이 교수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일부러 도장을 찾아 검도와 명상을 한다. 명상을 마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족한 운동량은 일상생활에서 충당


이 교수는 요즘 매주 1회 2시간 정도 검도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횟수를 늘리고 싶지만 업무가 많아 쉽지 않다. 간혹 약속이 취소되면 곧바로 검도장에 가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고 있다.

매주 3회 정도 아파트 내 무료 운동 시설에서 15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한다. 저녁에는 규칙적으로 하기 어려워 주로 출근하기 전에 한다. 다리, 배, 어깨 등 세 부위의 근력 운동을 5분씩 배분한다.

승용차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출퇴근할 때는 물론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도 대개 전철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는 계단을 이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이 교수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측정해 보니 30분이었다. 이 교수는 “자투리 시간의 활동도 모으면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나이가 들면서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증가해 질병 예방 목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 모든 건강 지표가 좋다. 이 교수는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처럼 꾸준히 검도를 한다면 앞으로도 건강이 크게 악화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60대 이후에도 검도를 즐길 수 있을까. 이상헌 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나이는 검도를 하는 데 있어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도는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검도 도장에 여성 회원이 꽤 있다. 70대와 80대가 된 이 교수의 선배들도 현재까지 검도를 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검도가 언뜻 보기에는 격하지만 몸과 몸이 실제 충돌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의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강도를 조절하며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질병이 있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일단 뼈엉성증(골다공증)이 있다면 검도에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근골격계 질환, 그중에서도 요통이 심하거나 건초염(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 있다면 치료부터 해야 한다. 또 어깨 근육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어깨 통증이 있을 때도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한두 달 배우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년 이후에 검도에 도전하고 싶다면 최소한 6개월은 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머리치기, 손목치기, 허리치기, 찌르기 등 기본 동작만 소화하는 데 3개월이 필요하다. 그 동작을 실제 대련에 제대로 응용하려면 추가로 3개월 정도 훈련해야 한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면 검도를 즐기면서 동시에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6개월을 투자하지 못할 것 같다면 어떻게 할까. 이 교수는 “섣불리 하다가 몸에 무리만 갈 수 있다.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대신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했다. 이 교수가 권하는 운동은 틈날 때마다 걷기, 스¤이나 플랭크와 같은 코어 운동, 앉아서 복부에 힘주기 등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