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 유족, 운전자 엄벌 촉구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제주에서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내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자신을 피해자 A 씨의 친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2시 기준 86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A 씨는 2019년 11월 남자친구인 B 씨와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B 씨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냈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옆자리에 타고 있던 A 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쳤다. 의식불명 상태로 9개월간 투병하던 A 씨는 결국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청원인은 “고작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며 “차가 출발했던 시작점과 사고 지점은 불과 500m다.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B 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B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피해자 A 씨가 B 씨의 이별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에 비춰 볼 때 B 씨가 고의로 A 씨를 사망케 했다고 보고 있다.
청원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고, 동생이 떠난 지도 1년이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야 3차 공판이 끝났고 곧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가해자는 여전히 불구속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의 대화가 녹취된 음성 파일과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면, 경찰은 단순 음주로 송치했기에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애달픈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B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B 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음 4차 공판은 오는 11월 4일 열린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