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과도한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통과가 “한국을 언론의 자유 롤 모델로 간주하는 많은 다른 국가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칸 보고관은 24일 오후 3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언론중재법 관련 화상 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칸 보고관은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내(한국)에 미치는 영향만 고려할 게 아니라 국제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있어서 계속해서 국제적으로 리더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허위라고 판단될 수 있단 이유만으로 정보가 금지될 수 없다”며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거나 공공질서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만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의 문구 자체가 모호하고 어떤 위해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명시돼있지 않다”며 “어떤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나타나있지 않다. 국제법하에서 허용되는 범위 이상으로 언론보도 자유가 제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대한 우려 사항은 허위정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비례성 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손해배상을 언론에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는 안에서 한발 물러나 5000만원 혹은 손해액의 3배 이내의 배상액 중 높은 금액을 택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그는 실제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케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산업 전반에 퍼지지 않은 한국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왜 언론만 딱 꼬집어서 징벌적 배상을 하게끔 하는지 불공정하고 과도하단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언론매체가 허위정보를 보도하면 고소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며 “왜 이 개정안에서 징벌적 배상제도까지 불필요하게 포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는 국회에 8인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언론중재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칸 보고관은 “향후 한국의 민주적 절차도 위축시킬 수 있을 만큼의 심각한 이슈”라며 “모든 관련자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지, 언론매체와의 대화를 거쳤는지, 국제법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의 활동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인권이사회에 보고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