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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혁신, 외부 규제보다 내부 인식전환에서 시작해야[동아시론/최경진]

입력 | 2021-09-25 03:00:00

손쉬운 접근으로 수익 창출한 플랫폼
혁신없는 확장으로 약탈적 플랫폼 전락 우려
미래 좌우할 플랫폼 혁신은 저해하지 말아야
혁신-상생-분쟁해결 선순환 생태계 필요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인공지능·빅데이터정책연구센터장


혁신의 아이콘으로 칭송받던 온라인 플랫폼이 어쩌다가 비판과 혁신의 대상이 되었을까? 21대 국회에서 플랫폼 규제를 주목적으로 발의된 법안만 9건이며, 여러 개정안에서도 플랫폼 이슈를 다루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플랫폼-이용사업자 규정’을 제정하여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최근 입법을 추진하는 ‘디지털 서비스법’과 ‘디지털 시장법’도 플랫폼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이끄는 미국에서조차 올 6월 온라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6개 법안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국내외에서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커진 배경은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초대형 플랫폼의 지대한 영향력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온라인 플랫폼은 대체로 혁신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다면시장)를 연결하고, 이용자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용사업자와 서비스로 확장해가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최종이용자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다면시장에서 각각 얻어야 할 재화나 용역을 간편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익을 누리게 됐다. 중소사업자를 포함한 이용사업자는 플랫폼을 통해 무수히 많은 이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 또 혁신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은 기존 시장에 ICT,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접목함으로써 시장을 더욱 스마트하게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혁신적 플랫폼은 참여자들 사이에서 시간, 노동, 자원 등을 공유하여 사회의 전체 효용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이처럼 플랫폼의 긍정적 작용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초대형화 및 록인(lock-in) 효과로 인해 최종이용자 및 이용사업자 모두 플랫폼 종속성이 강화되고 플랫폼에 대항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플랫폼은 룰 세터(Rule-setter)인 반면, 최종이용자 및 이용사업자는 그 룰의 준수에 대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다(Rule-taker). 플랫폼 데이터 집중은 민간에 의한 빅브러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데이터 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이 블랙박스(black box)화됨에 따라 투명성 문제도 야기한다. 플랫폼을 떠받치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호 문제도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플랫폼이 접목되는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시장 참여자에게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혁신 없이 인수합병(M&A)이나 사내독립기업(CIC) 등을 통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만 힘을 쏟으면 과거 재벌 문제와 다를 바가 없고, 결국 혁신도 경쟁도 새로운 시장의 창출도 없는 약탈적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전자상거래, 국제무역, 문화예술 콘텐츠 등 모든 경제 영역이 플랫폼화됨에 따라 미래의 사회·경제는 플랫폼 경쟁력에 의하여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의 성공을 이끌었던 혁신을 저해하는 그 어떤 규제도 지양해야 한다. 반면 플랫폼이 야기하는 문제점을 간과하면 이용자의 편익·권리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된다. 이처럼 충돌하는 가치를 조화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플랫폼의 부당한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독점, 혁신 없는 문어발식 확장 등 심각한 플랫폼의 문제점은 입법적인 해결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법적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고 합리적이고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폼 혁신, 혁신을 지지하기 위한 규제 철폐도 계속되어야 한다. 더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외부의 강제적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내부에 있다. 우선 플랫폼은 단순한 매개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적극적 중재자, 적극적 조력자, 다면시장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견인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혁신적 서비스로써 다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혁신의 플랫폼이어야 하고, 다면시장과 이용자 간 매개자로서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는 상생의 플랫폼이자, 이용사업자-최종이용자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정·중재하는 분쟁해결 플랫폼이어야 하며, 투명성·공정성·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자율규제 플랫폼이어야 한다. 또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으로 더 스마트하게 변모시키는 시장 확장적 플랫폼이어야 한다. ESG 경영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약탈적 플랫폼이 되지 않도록 선순환 생태계로서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때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인공지능·빅데이터정책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