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복-탐험 대상 넘어 관광-제조 등 상업 공간 탈바꿈 우주항-우주관제 새 영역 생겨 민간참여 늘릴 혁신 전략 필요”
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주요 국가는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을 넘어 우주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우주경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2024년 달에 인간을 다시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해 동맹국을 결집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2024년 달 탐사를 목표로 손을 잡는 등 우주공간에서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주개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한국도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한 우주개발 정책의 기조를 넘어 국가안보와 외교, 경제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우주개발 정책을 주도하는 싱크탱크 역할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내에 올 7월 출범한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최근 첫 정책포럼을 열고 이 같은 한국의 새로운 우주개발 방향을 제안했다.
마지막 남은 경제 영역으로 꼽히는 우주는 최근 관련 기술들이 발달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해 가는 모양새다. 컨설팅기업 브라이스스페이스앤드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우주 분야 벤처기업에 투입된 자금 중 85%가 최근 4년 내 투자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3500억 달러(약 410조 원) 수준이던 우주시장이 2040년까지 1조1000억 달러(약 1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조7000억 달러(약 317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한국 우주정책의 새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한미 미사일 지침 전면 해제,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누리호 발사 등 굵직한 우주 이벤트가 올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다. 안 팀장은 “최근 전 세계 우주경제가 도약하며 우주공간을 국가 주요 인프라로 보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한국도 우주를 국가 간 경쟁을 통해 확보할 자산임을 인식하고 기술개발 중심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정책을 마련해야 우주 선진국의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종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정책1팀장은 “지금까지는 기술적 추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다면 이제는 한 단계 뛰어올라야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수 있다”며 안보와 외교, 경제 등을 우주정책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과 제도도 연구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상업화와 안보, 선제적으로 나설 혁신 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우주개발에 경제와 안보 개념이 포함되면서 유인 우주활동, 우주교통관제, 우주안보 같은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임 팀장은 최근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어디든 30분 내로 도달하기 위해 우주항을 짓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6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해양 로켓 발사대를 내년 준공하고 발사체를 지상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발사체를 활용하면 비행기로 14시간 걸리는 뉴욕∼베이징 이동시간을 30분대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주산업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전 세계 프리미엄 여객시장의 10%를 발사체가 점유하면 지난해 3조 원 규모였던 세계 발사체 시장이 현재의 5배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팀장은 “이렇게 되면 항공교통관제와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도 우주관제에 필요한 시스템과 제도, 운항체계 등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이러한 이슈를 고려하며 한국도 정책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