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소집 3차 반도체 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반도체 공급망 1차 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반도체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난에 대처해야 한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재고, 수요 등 기업 내부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동남아 지역에 확산돼 반도체 칩 조립 라인이 멈추는 등 공급난이 악화되자 전례 없는 요구사항을 꺼낸 것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미 행정부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45일 안에 재고, 수요, 판매 정보 등을 담은 설문지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현황을 점검하거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제안한 앞선 2차례 회의와 비교하면 훨씬 강경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반도체 부족 문제는 최우선 과제였다”며 “(기업이) 투명성을 제공해야 미국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러몬도 장관의 압박이 미국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 정보 제출을 강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본다. 1950년 한국전쟁 때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DPA는 미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동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정부가 예민한 기업 내부 정보까지 요구한 것은 그만큼 공급난을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반도체 부족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반도체 패키징 공장이 멈춰 서며 병목 현상이 심화됐다. 포드, GM 등 북미 자동차 공장 10여 곳은 몇 주씩 생산을 중단했다. 동남아 부품 의존도가 높은 일본 도요타는 이달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을 계획 대비 40%나 감산했고 현대자동차도 울산, 아산 공장 생산라인을 일부 시간만 가동하거나 주말 특근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전 세계적 문제로 확산됐다.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미국 정부가 민간에만 맡겨선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적극 개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