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순 부회장이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보디빌딩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딴 그는 보디빌딩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항공사와 건설사, 정부기관 등 해외주재원으로만 20년 넘게 일한 조우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동협의회 부회장(60)은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진 뒤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은퇴할 나이도 됐고 100세 시대를 맞아 향후 새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 때 아들 현우 씨(26·연세대 체육과 대학원)가 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대회에도 출전하라고 조언했다. 미스터 연세 출신으로 각종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우승까지 한 현우 씨는 “어렸을 때부터 지켜본 아버지는 매일 운동을 생활화했어요. 몸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죠.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택한다면 보디빌딩 지도자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고 말했다.
조우순 부회장이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에서 웨이트트레이닝 레그익스텐션을 하고 있다. 보디빌딩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딴 그는 보디빌딩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사실 2019년 아들이 미스터 연세를 준비하고 결국 우승까지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디빌딩 분야에 관심을 가졌어요. 저도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거든요. 대학 때부터 철봉 등으로 몸 만드는 것을 좋아했죠. 복싱과 태권도, 유도, 검도도 했고 팔굽혀펴기, 스쾃 등 체중을 이용한 근육운동(보디 웨이트)을 평생 해왔습니다. 그래서 몸 하나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보디빌딩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필기와 실기, 현장 연수로 이뤄진 과정을 단번에 통과했다. 그리고 올 3월부터 몸을 제대로 만들기 시작해 5월말 열린 고양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와 피지크에서 우승했고, 마스터스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국제보디빌딩연맹 마스터 자격증을 따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지도자를 할 수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운동 및 식단까지 관리해주는 멘토 역할을 했다. 현우 씨는 “아버지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깜짝 놀랐어요. 운동은 제가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아버지가 더 좋았어요”라고 했다.
조우순 부회장이 월드스포츠탑모델쇼(WSTMS)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다. 그는 5월 고양시장배 보디빌딩 대회에 생애 처음 출전해 마스터스 부문 우승을 포함해 그랑프리까지 차지했다. 조우순 부회장 제공.
조우순 부회장이 5월 열린 고양시장배 보디빌딩대회에서 우승한 뒤 받은 트로피. 조우순 부회장 제공.
조 부회장은 “아들의 권유에 환갑 기념으로 대회에 나갔는데 첫 대회부터 우승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기쁜 것도 있었지만 성취감이 대단했다”고 했다. 그는 “사실 보디빌딩 기본 포즈도 어떻게 잡아야하는 지도 하루 전날 동영상 보고 배웠고, 아들이 거들어줘서 간신히 소화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국내 무대에서 알려지지 않다 갑자기 등장해 우승까지 해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대회 출전은 개인적인 동기부여이자 자극제 역할을 했다. 평범한 사람도 도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사실 아내가 ‘나이 들어서 뭐하는 짓이냐’며 대회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도전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이 든 사람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6월 말 열린 월드스포츠탑모델쇼(WSTMS) 미디엄(키 177cm 이하) 부분에서 우승했다. 9월 12일엔 WSTMS 우승자들이 벌인 대회에서 전 연령대를 통틀어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10월엔 미스터코리아 서울선발전, 12월엔 미스터코리아 대회까지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대회에도 나갈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우순 부회장이 월드스포츠탑모델쇼(WSTMS)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다. 조우순 부회장 제공.
대회 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 땐 웨이트트레이닝을 주 6일 하루 1시간 30분 씩 한다. 3일 하고 하루 쉬는 일정으로 몸을 3분할로 나누어 한다. 하루씩 하체, 가슴과 어깨, 등과 코어로 나눠서 운동한다. 격일로 유산소운동(1시간 달리거나, 고정식 자전거 타기)을 해 지방도 태운다. 식단관리도 중요하다. 조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운동’을 강조하며 하루 3식을 4식으로 나눠 2식은 단백질과 채소 위주, 2식은 탄수화물 등이 포함 된 일반식을 한다. 그는 “근육을 만들 때 탄수화물을 안 먹어야 한다고 믿는데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일시적으론 가능하지만 평생 운동을 하려면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물론 식단 관리까지 많은 것을 먼저 시작한 아들에게서 배웠어요. 전 기본적으로 체중을 활용한 근육운동에 집중했었습니다. 기구는 바벨 등 기본적인 것만 조금씩 활용했죠. 그런데 다양한 기구들을 쓰니 원하는 부위 근육을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보디 웨이트와 기구 활용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은 평소에도 몸이 좋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하면서는 ‘조각’처럼 선명해졌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근육의 볼륨만 있었다면 이젠 선명도가 높아져 사람들이 선호하는 몸이 됐다. 개인적으로도 달라진 몸에 만족한다”고 했다.
조우순 부회장(오른쪽)이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에서 아들 현우 씨와 포즈를 취했다. 조 부회장은 현우 씨의 조언으로 보디빌딩 지도자 및 마스터스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 부회장과 아들 현우 씨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주로 아버지가 배우지만 아들도 가슴 등 특정 부위가 잘 발달한 아버지의 운동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조 부회장은 “탄수화물도 적절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아들에게서 배웠다. 실제로 운동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선 탄수화물도 적절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5세 때부터 해외 생활한 현우 씨는 만능 스포츠인이었다. 육상 단거리를 비롯해 수영, 축구, 럭비까지 섭렵했다. 연세대 럭비 선수였던 그는 20세 이하 럭비대표팀 선수로도 활약했다.
조우순 부회장이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70개국 이상을 돌아다닌 해외 전문가로 관광학 박사 학위까지 딴 조 부회장은 요즘 사는 게 즐겁다. 그는 “은퇴하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이 많았다. 평생 내가 좋아했던 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트레이너로 사는 게 행복하다. 즐기며 돈도 번다. 일석삼조의 직업이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 PT가 낮엔 띄엄띄엄 있다가 밤 10시에 끝나지만 하루가 즐겁다. PT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개인 운동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중요합니다. 40세가 넘으면 매년 근육이 1%씩 빠집니다. 근육이 없으면 낙상 가능성이 높고 뼈도 쉽게 부러지게 됩니다. 근육을 키우면 젊음도 돌아옵니다. 근육=젊음이라고 보면 됩니다. 절대 늦었다는 때는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키우면 충분히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우순 부회장이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 부회장은 100세 시대를 맞아 자신의 운동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시니어를 위한 전문 트레이너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서울 목동 에스짐파리공원점과 인근 피트니스센터에서 프리랜서 PT(퍼스널 트레이닝)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20~60대 전 연령층을 지도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자원봉사로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공부도 열심히 한다.
조우순 부회장이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우순 부회장 제공.
조 부회장은 운동은 지속가능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면 운동을 싫든 좋든 해야 합니다.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운동에 가장 잘 들어맞습니다. 무슨 운동이든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자신의 몸이 적응할 수 있는 만큼만 운동을 해야 합니다. 의욕 넘친다고 하루에 너무 세게 하면 역효과만 납니다. 운동을 오래 지속하려면 즐겨야 합니다. 지나치게 욕심 부리다 골병 든 사람 많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하면 우리 몸은 서서히 탄탄하게 바뀝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