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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실적 사상 최대 전망, 배당성향은 거꾸로 떨어질 듯

입력 | 2021-09-26 10:43:00

[홍춘욱의 투자노트]
핵심 산업 경쟁력 향상 흐름… 내수주도 성장 가능성은 낮아





지난 시간 한국 주식시장이 위아래로 급등락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배당수익률’을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가 적잖았다.

“예전에는 한국 기업의 이익이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기업 규모가 커지고 안정성도 높아졌으니, 앞으로는 배당을 크게 늘리지 않을까.”

이 질문은 꽤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즉 순이익에서 얼마나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는지를 측정하면 40%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100억 원 순이익을 낸 회사가 40억 원을 배당한 셈이다. 참고로 2000년 이후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이 25%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적 악화 시 배당성향 높아진 것처럼 보여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EAR리서치 계산]

이 통계를 해석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매출액, 영업이익률 같은 핵심 지표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프1’을 살펴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줄어듦과 동시에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기업들이 ‘배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다. 즉 배당은 연기금을 비롯한 여러 투자자가 투자의 핵심 지표로 여기기에 올리고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2019년이나 2020년처럼 실적이 악화됐을 때는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올해는 한국 기업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부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40%까지 상승한 배당성향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상장기업 배당금은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8년 이후 3년간 26조 원, 30조 원, 29조 원 흐름을 기록하는 등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더라도 이 수준만큼 배당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해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역사적인 평균 수준(25%) 전후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EAR리서치 계산]

필자 또한 올해 한국 기업 실적이 역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그래프2’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기업 실적은 수출에 달려 있어서다. 최근 한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이상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업 실적도 지난해와 비교해 월등히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수출이 잘될 때 한국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의 개선인데, 설비와 인력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수출이 늘어나고 매출이 증가하기에 기업 마진이 개선되는 것이다. 물론 원재료 등의 투입이 증가하지만 설비 및 인력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절감되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익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기업 실적 개선이 가져오는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다.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성과도 나아질 공산이 큰 데다, 미래 조세수입 증가를 기대하는 정책 당국의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도 부각돼서다. 더 나아가 미래를 낙관한 기업들이 설비를 증설하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려 들 때 수출 부문 이외의 경기 여건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내수보다 압도적인 수출 성장률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 EAR리서치 계산]

이 대목에서 한국 기업이 수출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 성장을 달성할 수는 없을지 궁금해할 독자가 있으리라고 본다. 이른바 ‘내수주도’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두 가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첫 번째 요인은 끝없는 내수 부진이다. ‘그래프3’은 2000년 이후 내수 및 수출 부문 성장률을 보여준다.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한 시기를 제외하면 수출이 내수보다 압도적 성장률을 지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내수는 2000~2002년 카드 버블, 2014~2015년 중국 관광객 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 소매, 음식료 등 핵심 내수산업이 치명적 피해를 입은 데다, 인구 감소 가능성까지 부각되는 점을 감안할 때 내수주도 성장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수의 끝없는 부진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수출 경쟁력의 지속적 개선이다. 미국 ‘블룸버그’가 매년 실시하는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꾸준히 1~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South Korea Leads World in Innovation as U.S. Exits Top Ten”(2021. 2. 3)).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 순위는 크게 7가지 지표를 통해 측정된다. 한국은 특허 출원에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며 연구개발 및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2위, 연구 집중도와 첨단기술산업 비중에서 각각 3위와 4위에 올라 있다. 물론 선진국 평균에 비해 긴 노동시간 등으로 생산성은 36위에 그치지만 혁신을 게을리하고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나라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 핵심 산업의 경쟁력은 상승 흐름을 탈 개연성이 높고, 이는 한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 수출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 수출은 물론, 실적 방향성을 점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춘욱은…연세대 사학과 졸업 후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EAR리서치 대표이자 세종사이버대 경영학과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투자의 신세계’(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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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이코노미스트·경영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7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