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전기요금이 인상된 데 이어 연말에 가스와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식료품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9년 만에 연간 2%대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까지 들썩이고 있어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에 11월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 물가 관리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과도한 물가 상승 우려로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째 가스요금을 동결해 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4분기(9~12월) 전기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위해 9월 가스요금은 동결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연료비 급등을 이유로 11월에는 가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방침이다. 홀수 달마다 결정되는 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가격에 따라 조정되는 ‘연료비 연동제’ 적용 대상이다.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JKM LNG 선물(11월물) 가격은 24일 기준 100만 BTU(열랑단위)당 27.495달러로 6달러대였던 3월보다 3배 넘게 올랐다.
전기요금이 연말에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12월 정해지는 내년도 기후환경요금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청구되는 기후환경요금은 탄소중립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금액이다. 올해 기후환경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4.9% 정도다. 주택용 전기를 350kWh(도시가구 월평균 사용량)씩 쓰는 4인 가구는 한 달에 1850원을 낸다. 여기에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4분기(10~12월)에 이어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철도와 버스·지하철 등 교통요금의 ‘도미노 인상’도 우려된다. 한국철도공사는 2011년 평균 2.93% 인상한 뒤 10년 동안 요금을 동결해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지난해 1조3427억 원의 적자를 내며 요금 인상 압력이 커졌다. 올해도 1조1779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철도공사는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동결된 일반철도 운임에 대한 현실화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명시했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1250원(교통카드 기준), 시내버스는 1200원으로 6년째 묶여 있어 요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상하수도 요금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과 강릉은 7월분부터 상하수도 요금을 올렸다. 인천은 9개 군·구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공공요금까지 들썩일 경우 연간 물가상승률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2%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가중치 총합을 1000으로 했을 때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165.9)와 교통(112.6) 등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와 가스 등은 기본 원자재로 사용돼 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라며 “정부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다 대선 이후 대폭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의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