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원천은 공공, 과실은 화천대유 민간사업자 ‘High Risk’ 의문 특검·국정조사 거부할 명분 없어
천광암 논설실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오리너구리에 비유한다. 오리너구리는 주둥이는 오리, 몸통은 너구리를 닮은 희귀동물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제대로 된 복지정책도, 경제정책도 아니라는 비판을 겨냥해 “오리너구리를 보지 못한 사람은 오리냐 너구리냐 논쟁하겠지만, 세상에는 오리너구리도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은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보다는 대장동 개발의 사업모델이 오리너구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런 사업은 대개 공공개발이나 민간개발 중 하나로 진행되는데, 대장동 개발은 둘을 혼합한 부분공영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에 대해 이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 사업”이라고 자평한다. 민간개발로 진행했으면 모든 개발이익을 민간이 독식했을 텐데 부분공영 방식을 통해 5503억 원을 환수했다는 것이다. 설득력도 떨어지고 본질에서도 벗어난 프레이밍일 뿐이다. 수익 원천이 공공에 있는데도 ‘곁가지’인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이 말도 안 되는 수익을 쓸어 담은 것이 대장동 ‘게이트’의 본질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성남의뜰’ 배당을 보면 화천대유와 관계자들이 4040억 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30억 원이었다. 이 지사 측이 말하는 5503억 원은 배당 외에 화천대유 측이 부담한 공원 조성비와 터널 공사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화천대유는 배당금 4040억 원과 별개로, 분양사업까지 직접 벌여 3000억 원을 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먹이는 주둥이(공공)가 잡고 영양은 몸통(화천대유)에 쌓인 모양새다. 그런 데다 ‘공공’이라는 외피가 ‘꾼’들이 벌인 구린 돈 잔치에 가림막까지 해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지사 측은 수익배분 구조가 이렇게 짜인 이유를 “화천대유가 모든 리스크를 지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사 경선캠프가 작성한 ‘대장동 개발 Q&A’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사업이 잘 안되면 초기 사업비로 투자한 350억 원을 모두 날리는 것 이외에도, 대출금 700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화천대유와 그 대표는 완전히 망하고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집도 경매에 넘어가고 가족도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것입니다.”
자영업자들은 겨우겨우 먹고사는 데만도 목숨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 시절이다.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는 리스크만으로 7000억 수익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사업 설계 당시 실무진이 “민간 개발이익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는 보도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부인하고 있으나, 설령 건의가 없었더라도 조(兆) 단위 프로젝트에 그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이 지사 측 Q&A 자료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화천대유가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수익을 거둔 사정과 국민정서를 감안하여 사회 또는 공공 기여를 추가적으로 통 크게 하기 바랍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이 고액을 받고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자 보수 전액을 기부한 것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만약 대장동 의혹이 이런 식으로 무마되거나 국민의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