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들은 대개 성장을 최우선에 둔다.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수익을 확보하는 게 더 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타트업들을 보면 성장과 목표가 상충한다는 생각은 틀렸다. 창업할 때부터 확고한 이유와 의미를 내세우는 게 오히려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몇 년 새 미국에서 급성장한 농업 벤처기업 ‘고담 그린스’, 의료기술 벤처기업 ‘리봉고’, 안경 소매기업 ‘와비파커’ 역시 제품시장 적합성을 달성하기 훨씬 전부터 목적을 중심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명확한 사업의 목적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과 운영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첫째, 목적은 기업가적 야심을 키워준다. 야심은 창업가와 초기 직원들이 더 큰 이상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시스템의 문제 해결이나 가치 창출에 대담하게 나서도록 자극한다. 한 예로 2009년 고담 그린스를 공동 설립한 비라지 푸리는 사업 초기부터 농작물을 키우고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혁신하자는 기업 목적을 제시했다. 이 같은 목적은 창업가 본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목표에 더 헌신하도록 만들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의 대규모 운영과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창업가들은 이상을 바탕으로 지역이라는 단위 경제에 집중해 오프라인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 목적은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끌어모은다. 창업가는 직원, 투자자, 고객, 공급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상을 전달하는 경우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이성과 감성을 모두 자극하기 때문이다. 가령 2014년 리봉고를 설립한 창업자 글렌 툴먼은 만성질환자들의 삶의 질과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워 이 사명에 공감하는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었다. 회사가 미칠 선한 영향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기업이 탐내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을 영입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2019년 기준 리봉고 전 직원의 3분의 1이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다른 3분의 1은 만성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었을 정도다. 이들은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헌신적으로 일했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상업적 성공을 촉진했다.
물론 목적이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목적을 추구해 얻는 이점이 분명한데도 여전히 그 중요성은 저평가되고 있다. 벤처 투자가들이나 창업가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만큼 한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원대한 이상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란자이 굴라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